처음엔 그냥 잠만 좀 푹 자면 낫겠지 했어요. 나이 먹으면 다 그렇다 그러잖아요. 근데 어느 순간부터는 가슴이 맨날 돌덩이 하나 얹힌 것처럼 답답하고, 아침에 눈 뜨는 게 겁나더라고요. 병원 가서 약 받아 먹기 시작했는데, 참... 좋아진 건지 아닌지 그걸 또 모르겠는 거예요 ㅠㅠ
제일 먼저 달라진 건 내가 내가 아닌 느낌이었어요. 예전엔 속상하면 속상한 대로 눈물도 나고, 화나면 화도 좀 나고 그랬는데, 약 먹고 나서는 그냥 멍... 해요. 덜 아픈 대신 덜 사는 느낌? 그게 너무 서러웠어요. 내가 편해지자고 먹는 건데 왜 이렇게 속이 비는지. 집에 혼자 있으면 괜히 TV만 틀어놓고 앉아 있고, 커피 내려도 향이 예전만 못하고요.
주변에서는 얼굴 좋아졌다, 한결 편안해 보인다 그러는데 저는 그 말 들을수록 더 답답했어요. 속은 아직도 엉망인데 겉만 잠잠해진 것 같아서요. 괜찮아진 척하는 사람 된 기분... 아 이거 참 뭐라 말해야 하나. 병원에서는 조금 더 두고 보자는데 그 시간이 왜 이렇게 길어요. 하루하루가 그냥 미적지근하게 흘러가니까 그것도 사람 미치게 하네요.
그래도 끊지는 못하겠어요. 약 안 먹던 때로 돌아갈 생각하면 그것도 너무 무섭거든요. 그래서 더 속상한가 봐요. 좋아지려고 먹는 약인데, 그 약에 또 내가 매달려 있는 것 같아서. 오늘은 그냥 좀 푸념하고 싶었어요. 나만 이런가 싶어서요 ㅠ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