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정신건강의학과 다녀왔는데 이상하게 좀 나아진 느낌보다 더 멍한 느낌만 남았어요. 가기 전엔 그래도 얘기하고 나오면 뭐라도 정리될 줄 알았거든요. 근데 막상 들어가서는 제가 뭘 힘들어하는지도 제대로 말을 못하겠는 거예요. 그냥 계속 괜찮은 척하는 말만 튀어나오고, 정작 제일 답답한 부분은 끝까지 못 꺼냄 ㅠㅠ
선생님이 차분하게 들어주시긴 했는데 제가 말을 너무 못해서... 집에 오는 길에 자꾸 그 장면 생각나더라고요. 아 왜 그렇게 말했지, 그건 아닌데, 그 얘길 했어야 했는데 이런 거. 진료실 안에서는 분명 입이 있는데 입이 없는 느낌? 진짜 내가 이상한 사람 같고, 도움 받으러 간 자리에서도 결국 또 숨고 왔네 싶어서 더 속상했어요.
약 얘기도 들었는데 솔직히 그 순간엔 고개만 끄덕였지 하나도 안 들어왔어요. 내가 이 정도로 별거 아닌데 괜히 간 건가 싶다가도, 또 이렇게 사는 게 너무 버거워서 간 거잖아요. 근데 다녀오고 나서도 후련한 게 아니라 찝찝하고 창피하고... 이럴 거면 왜 갔나 싶고 또 안 가면 더 엉망일 것 같고 진짜 딜레마예요 ㅋㅋ 아닌가 ㅠㅠ
다들 진료 처음엔 원래 이런 건지... 저는 오늘 제 얘기 하나도 제대로 못한 것 같아서 그게 제일 마음에 걸려요. 돈 쓰고 시간 쓰고 나서도 남는 게 자책뿐인 느낌이라 너무 답답함. 다음 예약 잡긴 했는데 또 가서 똑같을까 봐 벌써 겁나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