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준비 들어가고 나서 제일 먼저 무너진 게 멘탈이었어요. 해야 할 건 끝도 없고, 사람 만날 일은 많고, 집 오면 갑자기 기운이 뚝 떨어지는데 이상하게 입은 계속 심심해서 밤마다 뭘 주워 먹게 되더라고요. 처음엔 식단부터 빡세게 해보려고 닭가슴살이랑 샐러드로 버텼는데, 그건 딱 사흘 가고 더 예민해졌어요. 별거 아닌 말에도 울컥하고 잠도 더 안 와서 아 이건 아니다 싶었어요 ㅠㅠ

그래서 지금은 식단보다 저녁 먹고 40분 걷는 거 하나만 하고 있어요. 진짜 별거 아닌데 저는 이게 제일 낫더라고요. 배부른 상태로 집에 앉아 있으면 바로 군것질 생각 올라오는데, 일단 운동화 신고 밖으로 나가면 그 흐름이 끊겨요. 경기 쪽이라 동네 산책로 잘 돼 있는 데가 있어서 이어폰도 안 끼고 그냥 걷는데, 그 시간이 묘하게 머리 식히는 시간처럼 되더라고요.

신기했던 건 살보다 마음이 먼저 좀 잠잠해졌다는 거예요. 전에는 밤만 되면 갑자기 불안이 커졌어요. 내가 준비 잘하고 있나, 결혼하고 나서도 이렇게 허둥대면 어쩌나, 별생각이 다 나는데 집 안에 있으면 그 생각이 점점 커졌거든요. 근데 걷고 들어오면 일단 숨이 좀 가라앉고, 샤워하고 나면 더 먹고 싶은 마음도 줄어요. 완전 사라지는 건 아닌데 적어도 폭식처럼 확 가는 건 많이 없어졌어요.

대신 저는 아예 기준을 낮췄어요. 만 보 이런 거 안 채워요. 비 오면 아파트 계단 오르내리기 15분만 하고 끝낼 때도 있고, 너무 지친 날은 편의점까지만 갔다 와요. 예전엔 이 정도 해놓고 스스로 또 뭐했다고 하냐 싶었는데, 지금은 그 생각 자체가 저를 더 망치더라고요. 조금이라도 끊기지 않게 하는 게 낫지, 하루 잘하고 사흘 무너지는 건 저한텐 진짜 독이었어요 ㅋㅋ

아직 몸무게가 드라마틱하게 빠진 건 아니에요. 근데 밤에 괜히 초조해서 냉장고 열어보는 횟수는 확실히 줄었고, 잠드는 것도 전보다 덜 뒤척여요. 저는 요즘 그거면 됐어요. 결혼 준비하면서 예쁜 몸 만드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일단 안 무너지는 쪽으로 가는 중이에요. 생각보다 그게 더 급하더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