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독하게 빼보겠다고 거의 안 먹다시피 한 적 있었거든. 그때는 내가 보기에도 좀 급했어. 옷 입을 때마다 살부터 보이고, 사진 찍히는 것도 싫고, 출근할 때 거울 보면 한숨부터 나오니까 머릿속이 그 생각밖에 없더라. 그래서 아침은 커피로 넘기고 점심도 대충 샐러드 조금, 저녁은 아예 굶거나 닭가슴살만 먹었어. 처음 며칠은 오히려 할 만한데? 싶었지.

근데 일하면서 바로 티 나더라. 나는 의원에서 일하니까 계속 서 있거나 왔다 갔다 할 때가 많은데, 어느 순간부터 다리에 힘이 쭉 빠지는 거야. 환자 응대하다가 순간 멍해지고, 끝나고 의자 앉으면 심장이 괜히 두근거리고. 배는 고픈데 참아야 된다는 생각만 있으니까 예민해지고 말수도 줄었어. 집 오면 진짜 아무것도 하기 싫고 씻는 것도 귀찮더라 ㅠㅠ

그렇게 버티다가 한 번은 밤에 결국 터졌어. 참고 참다가 과자 먹고 빵 먹고 라면까지 먹었거든. 배불러서 괴로운데도 멈추질 못했어. 그때 내가 의지가 약해서 이런가 싶어서 자책 엄청 했는데, 지금 생각하면 그냥 몸이 버티다 버티다 반응한 거였던 거 같아. 다음날 체중계 올라갔더니 숫자 다시 올라 있고, 그거 보고 또 굶고... 완전 이상한 반복이었지.

제일 싫었던 건 살보다 내가 내가 아닌 느낌이었던 거야. 예전엔 밥 먹는 시간이 그냥 평범했는데 그때는 한 입 먹을 때마다 죄책감부터 들었어. 맛있는 걸 먹어도 즐겁지가 않고, 안 먹으면 안 먹는 대로 머리가 음식 생각으로 꽉 차 있고. 주변에서 왜 이렇게 예민하냐는 말 들을 때마다 더 숨기게 됐고, 티 안 내려고 괜찮은 척하는 것도 힘들었어 ㅋㅋ

결국 오래 못 갔어. 체중은 잠깐 빠졌는데 얼굴 상하고 컨디션 망가지고, 다시 먹으니까 더 허무하더라. 그때 이후로는 적어도 나를 몰아붙이는 식으로는 못 하겠어. 살 빼는 얘기만 나오면 아직도 그때 밤에 혼자 부엌 서서 허겁지겁 먹던 장면이 제일 먼저 생각남. 진짜 실패한 다이어트였고, 몸보다 마음이 더 망가졌던 기억으로 남았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