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아침에 눈 뜨는 게 제일 싫었어요. 딱히 큰일이 있는 것도 아닌데 가슴이 먼저 답답해지고, 일어나기도 전에 이미 지친 느낌 있잖아요. 나이 들어가는 우리 강아지 챙기다 보면 제 마음은 늘 뒤로 밀리는데, 어느 날은 산책 다녀와서도 제가 계속 울컥하더라구요. 그래서 진짜 별생각 없이 시작한 게 집 앞 걷기였어요. 운동이라고 하기도 민망할 만큼 천천히요.
처음 며칠은 솔직히 더 싫었어요. 다리도 무겁고 숨도 차고, 내가 이런 걸 왜 하고 있나 싶고 ㅠㅠ 그래도 딱 스무 분만 걷고 오자, 그것만 했어요. 뭘 대단하게 바꿔보겠다는 마음도 없었고 그냥 집 안에만 있으면 더 가라앉으니까, 그것만 피하고 싶었어요. 운동복도 아니고 늘 입던 츄리닝 입고 나갔는데, 그게 오히려 마음 편했네요.
근데 이상하게 일주일쯤 지나니까 몸이 가벼워졌다기보다 머릿속 소음이 좀 줄더라구요. 원래는 밤에 누우면 오늘 내가 못한 것들만 줄줄 생각났거든요. 강아지한테 괜히 짜증낸 거, 씻어야 할 거, 전화 못 한 거, 그런 것들. 걷고 온 날은 그 생각이 아예 없어지는 건 아닌데, 좀 멀리서 지나가는 느낌이었어요. 붙잡고 안 울어도 되는 느낌... 그게 저는 제일 컸어요.
그리고 신기했던 건 제가 제 몸을 덜 미워하게 됐다는 거예요. 예전엔 거울 보면 피곤해 보이는 얼굴부터 싫었는데, 요즘은 아 오늘도 나갔다 왔네, 그것만으로 조금 대견해요 ㅋㅋ 별거 아닌데 그 별거 아닌 게 하루를 버티게 하더라구요. 누가 시켜서 하는 운동은 저는 더 숨막혔는데, 이렇게 조용히 걷는 건 마음을 데리고 나가는 시간이었던 것 같아요.
여전히 어떤 날은 하나도 안 나가고 싶어요. 그런 날도 있어요. 그래도 예전처럼 바닥까지 푹 꺼지진 않네요. 제 마음이 완전히 좋아졌다고는 못 하겠는데, 적어도 숨 돌릴 틈은 생겼어요. 나이 든 아이 곁 지키려면 제가 먼저 안 무너져야 하니까... 요즘은 그 생각으로 신발 신어요. 오늘도 그냥 천천히 한 바퀴 돌고 왔어요. 그걸로 됐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