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다니면서 우울감이 심했을 때는 진짜 숨만 쉬고 버티는 느낌이었어요. 퇴근하고 집 오면 씻는 것도 귀찮고, 주말엔 누워만 있다가 또 월요일이 오고요. 주변에서 운동해보라고 할 때마다 솔직히 좀 듣기 싫었어요. 그 말이 틀린 건 아닌데, 그때의 저는 운동할 기운조차 없었거든요. 그러다가 어느 날 정말 가볍게, 집 근처를 10분만 걷자 하고 나간 게 시작이었어요. 대단한 거 한 것도 아니고 땀 뻘뻘 흘린 것도 아닌데, 이상하게 그 10분이 조금 다르게 남더라고요.

운동 시작하고 제일 먼저 달라진 건 몸무게나 체형보다도 머릿속 소음이 조금 줄어든 거였어요. 예전엔 출근길부터 퇴근 후 잠들기 전까지 계속 안 좋은 생각이 이어졌는데, 걷고 나면 그 생각들이 완전히 사라지진 않아도 잠깐 흐려졌어요. “아 오늘도 아무것도 못 했다”가 아니라 “그래도 오늘 20분 걸었네” 같은 식으로요. 별거 아닌데 그 별거 아닌 한 줄이 하루를 버티게 해주더라고요. 잠도 아주 드라마틱하게 좋아진 건 아니지만, 뒤척이는 시간이 조금 줄었고 아침에 일어날 때의 무거움도 아주 약간은 덜했어요.

그리고 신기했던 건 제 자신을 대하는 태도가 조금 부드러워졌다는 거예요. 예전엔 조금만 못해도 스스로를 엄청 몰아붙였는데, 운동은 이상하게 “오늘은 여기까지만 해도 됐다”는 생각을 배우게 해줬어요. 컨디션 안 좋으면 스트레칭만 하고 끝내도 되고, 걷기만 해도 되고, 며칠 쉬어도 다시 하면 되고요. 이게 저한테는 꽤 컸어요. 회복이라는 게 한 번에 확 좋아지는 게 아니라 오르락내리락하는 거라는 걸 몸으로 알게 된 느낌이랄까요. 그래서 요즘은 운동을 “나를 바꾸는 숙제”가 아니라 “내 상태를 살피는 시간”처럼 생각하려고 해요. 그렇게 보면 조금 덜 부담스럽고, 덜 미워하게 되더라고요.

물론 운동한다고 우울감이 싹 없어지는 건 아니었어요. 힘든 날은 여전히 힘들고, 아무것도 하기 싫은 날도 있어요. 그래도 예전의 저는 바닥으로 떨어지면 끝없이 가라앉는 느낌이었다면, 지금은 아주 작은 손잡이 하나쯤은 생긴 기분이에요. 운동이 모든 사람한테 똑같이 맞는다고는 못 하겠지만, 저처럼 너무 지쳐 있는 사람한테는 “버텨볼 틈”을 만드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어요. 혹시 여기 계신 분들 중에 운동 시작하려는데 겁나거나 귀찮아서 못 하고 있는 분 있나요? 다들 처음엔 어떤 식으로 시작하셨는지 궁금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