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원 다니면서 살이 조금씩 붙으니까 어느 순간부터 거울 볼 때마다 짜증이 나더라고요. 앉아 있는 시간은 길고, 스트레스 받으면 단 거 찾고, 밤에는 논문 때문에 늦게 자고. 근데 문제는 제가 과민성대장증후군이 있어서 평소에도 배가 조용한 날이 별로 없거든요. 그런 몸 상태면서도 “한 달만 빡세게 해보자” 하고 식단 줄이고 공복 시간 늘리는 다이어트를 시작했어요. 지금 생각하면 진짜 제일 안 맞는 방식을 골랐던 것 같아요.
처음 며칠은 체중이 좀 빠지니까 기분이 올라갔어요. 근데 그 뒤부터가 문제였음. 아침 거르고 커피로 버티고, 점심은 샐러드 비슷하게 먹고, 저녁은 참다가 폭식하거나 아예 안 먹는 식으로 갔는데 배가 너무 예민하게 반응하더라고요. 어떤 날은 속이 비고 아픈 느낌이 계속 들고, 어떤 날은 가스 차고 갑자기 배가 꼬여서 밖에 나가는 것도 불안했어요. 연구실에서 조용한 순간에 배에서 소리 나면 그거 하나로도 사람 멘탈이 엄청 깎이잖아요. 살 빼겠다고 시작했는데 오히려 하루 종일 배 신경 쓰느라 집중도 더 안 됐어요.
제일 힘들었던 건 몸보다 머리가 먼저 망가지는 느낌이었어요. “이 정도도 못 참냐” 싶어서 더 조였는데, 결국 한 번 무너지면 진짜 많이 먹게 되더라고요. 그리고 먹고 나면 죄책감 오고, 다음 날 더 굶고, 그러다 장은 또 뒤집히고. 완전 악순환. 숫자 하나 줄이겠다고 생활 전체를 불안하게 만든 셈이었어요. 특히 원래 예민한 사람은 다이어트 자체보다 다이어트 과정에서 생기는 통제감 집착이 더 위험한 것 같아요. 저한텐 최소한 그랬어요.
그래서 지금은 예전처럼 극단적으로는 안 해요. 배가 덜 놀라는 선에서 먹는 시간 좀 맞추고, 너무 자극적인 거 줄이고, 컨디션 괜찮은 날만 가볍게 걷는 정도로 바꿨어요. 체중은 빨리 안 빠져도 적어도 생활이 덜 무너져요. 혹시 저처럼 장 예민한데 다이어트 때문에 멘탈까지 흔들린 사람 있나요? 이런 경우는 빨리 빼는 방식보다 몸이 버틸 수 있는 패턴 찾는 게 더 도움이 될 수 있어요. 다들 어떤 식으로 조절했는지 좀 궁금하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