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이 갑자기 쥐어짜듯 아프거나 명치 아래가 묵직하게 눌리는 느낌이 들면 많은 사람이 약국부터 찾는다. 복통약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약은 사실 한 가지가 아니라 소화제, 진경제, 제산제 등 작용 방식이 전혀 다른 여러 약을 통틀어 부르는 말이다. 증상 원인을 모른 채 아무 약이나 먹으면 오히려 통증을 키우거나 진단을 늦출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복통의 원인은 매우 다양하다. 과식이나 기름진 음식 섭취로 인한 단순 소화불량부터 스트레스성 위경련, 생리 기간에 동반되는 생리통, 세균이나 바이러스에 의한 장염까지 원인에 따라 통증 양상과 적절한 대처법이 크게 달라진다. 명치 통증인지 배꼽 주변인지, 쥐어짜듯 아픈지 둔하게 아픈지에 따라서도 추정되는 원인이 다르다.
약국에서 흔히 복통약으로 분류되는 제품은 크게 세 종류로 나뉜다. 위산 과다나 속쓰림에는 제산제, 소화 효소가 부족해 더부룩함을 느낄 때는 소화효소제, 장이 경련하듯 수축해 통증이 생길 때는 장 근육의 긴장을 풀어주는 진경제가 쓰인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증상에 맞는 성분을 확인한 뒤 복용하라고 권고한다.
두통약이나 해열진통제로 흔히 쓰이는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진통제를 복통에 그대로 사용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는 오히려 위 점막을 자극해 속쓰림과 복통을 악화시킬 수 있다. 공복에 복용하면 위장 장애 위험이 더 커지므로 복통이 위장 자체의 문제로 의심될 때는 일반 진통제보다 제산제나 진경제 계열을 우선 고려하는 것이 좋다.

증상에 맞는 성분 확인이 중요하다 [그림=메디닉스DB]
생리 기간에 겪는 하복부 통증은 자궁 수축을 유발하는 물질인 프로스타글란틴 분비가 늘어나면서 생기는 경우가 많아, 이때는 이 물질의 생성을 억제하는 성분이 포함된 진통제가 더 효과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단순 소화불량용 복통약과는 작용 기전이 다르므로 증상에 맞는 제품을 골라야 한다.
설사와 발열을 동반한 복통은 장염이나 식중독일 가능성이 있는데, 이런 경우 지사제를 임의로 복용하면 체내 세균이나 독소 배출이 늦어져 증상이 더 오래갈 수 있다. 질병관리청은 수분과 전해질 보충을 우선하고 설사가 심하거나 혈변이 동반되면 지사제 복용보다 의료기관 진료를 먼저 받을 것을 권고하고 있다.
복통약으로 넘길 수 없는 위험 신호도 있다. 오른쪽 아랫배가 점점 심하게 아프고 열이 동반되거나, 걷거나 기침할 때 배에 울리는 통증이 느껴진다면 맹장염 등 응급 수술이 필요한 질환일 가능성이 있다. 이런 경우 복통약으로 통증을 억지로 가라앉히려 하면 진단과 치료 시기가 늦어져 상태가 악화될 수 있다.

응급 신호가 있다면 지체 없이 병원으로 [그림=메디닉스DB]
임산부나 고령자, 신장이나 간 기능이 저하된 만성질환자는 흔한 복통약 성분도 몸에 다르게 작용할 수 있어 임의로 복용하기보다 약사나 의사와 상담하는 편이 안전하다. 특히 여러 약을 함께 복용 중이라면 성분 간 상호작용으로 부작용이 커질 수 있으므로 복용 중인 약을 미리 알리는 것이 좋다.
복통약을 복용한 뒤에도 통증이 가라앉지 않거나 서너 시간 이상 지속되고, 구토나 고열이 동반된다면 단순 소화 문제가 아닐 가능성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특히 갑자기 숨쉬기 힘들 만큼 통증이 심해지거나 복부가 딱딱하게 굳는 느낌이 든다면 즉시 응급실을 찾는 것이 바람직하다.
평소 과식과 야식을 줄이고 카페인과 자극적인 음식을 삼가는 것만으로도 잦은 복통을 상당 부분 예방할 수 있다. 복통약은 증상을 일시적으로 완화하는 역할일 뿐이므로 통증 양상을 메모해 두었다가 증상이 반복되거나 낯설게 느껴지면 자가 복용에 의존하지 말고 병원에서 정확한 원인을 확인하는 것이 좋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