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칼로리와 비슷한 탄수화물, 지방, 단백질을 섭취하더라도 식품이 얼마나 가공됐는지에 따라 우리 몸의 대사 반응이 달라질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버지니아공대 연구진은 최근 국제학술지 Nature Metabolism에 영양성분을 비슷하게 구성한 초가공식품과 비초가공식품 식사를 비교한 무작위 교차시험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에는 정상 체중의 성인 57명이 참여했다. 연구진은 초가공식품으로 구성된 식사와 가공 정도가 낮은 식사의 무게와 열량, 에너지 밀도,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 식이섬유, 나트륨과 수분 등을 최대한 유사하게 맞춘 뒤 식후 대사 반응을 비교했다.
흥미로운 결과는 혈당보다 인슐린에서 나타났다. 두 식사의 식후 혈당 전체 반응을 나타내는 혈당 곡선하면적에서는 유의한 차이가 나타나지 않았지만, 초가공식품 식사를 한 뒤에는 인슐린 반응이 더 크게 나타났다.
특히 식사 후 40분부터 120분 사이 초가공식품 섭취 조건에서 인슐린 농도가 상대적으로 높은 경향을 보였다. 연구진은 초가공식품 섭취 후 에너지 대사와 탄수화물 산화 과정에서도 차이가 나타났다고 보고했다.
이번 연구가 의미 있는 이유는 단순히 초가공식품에 설탕이나 지방이 많아서 나타나는 현상만을 비교한 것이 아니라는 데 있다. 연구진은 가능한 범위에서 주요 영양성분과 칼로리를 비슷하게 맞춰 식품의 가공 정도가 대사에 영향을 줄 가능성을 살펴봤다.
식품을 분쇄하거나 압출하고 열처리하는 과정은 전분과 단백질 등의 물리적 구조를 변화시킬 수 있다. 같은 양의 영양소가 들어 있더라도 소화 속도와 체내 흡수 과정이 달라질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다.
다만 이번 결과를 초가공식품을 한 번 섭취하는 것만으로 당뇨병이나 비만이 발생한다는 의미로 확대해서는 안 된다. 연구 대상은 주로 건강한 정상 체중 성인이었으며 실제 상세 대사 분석에 포함된 참가자 수도 제한적이었다. 장기간의 식습관과 체중 변화, 만성질환 발생 위험을 확인한 연구도 아니다.
그럼에도 식품 선택에서 칼로리와 탄수화물, 지방 함량만 보는 방식에는 한계가 있을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같은 열량의 식품이라도 원재료의 형태가 얼마나 유지돼 있는지, 가공 과정이 어느 정도인지 함께 살펴보는 것이 건강한 식습관을 구성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