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더위에 해수욕이나 갯벌 체험, 바다낚시를 다녀온 뒤 다리나 팔의 상처 부위가 빨갛게 붓고 열이 오른다면 비브리오패혈증 감염 가능성을 의심해봐야 한다. 여름철 질환으로 알려져 있지만 수온이 높게 유지되는 늦더위 시기에도 해수와 접촉한 상처를 통해 감염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비브리오패혈증은 비브리오 불니피쿠스균 감염으로 발생하는 질환으로, 오염된 해수나 갯벌에 상처가 노출되거나 덜 익힌 어패류를 먹었을 때 발병할 수 있다고 질병관리청은 설명한다. 특히 기온이 높게 유지되는 시기 연안 해수에서 균 밀도가 높아지는 경향이 있어 늦더위까지 이어지는 요즘 같은 날씨에는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감염 경로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하나는 상처를 통한 직접 감염으로, 갯벌 체험이나 낚시, 해수욕 도중 생긴 작은 상처가 오염된 바닷물에 닿으면서 균이 침투하는 경우다. 다른 하나는 날로 먹거나 덜 익힌 굴, 조개 등 어패류를 섭취해 소화기를 통해 감염되는 경로다.
감염 초기에는 상처 부위가 붉게 부어오르고 통증과 열감이 느껴지며 전신에 발열, 오한, 근육통 등 몸살과 비슷한 증상이 동반되는 경우가 많다. 시간이 지나면 상처 주변에 출혈성 물집이 생기고 조직이 검게 괴사하는 양상으로 빠르게 진행될 수 있어 초기 대응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상처 부위 붓고 열나면 병원 진료 필요 [그림=메디닉스DB]
비브리오패혈증은 건강한 성인에게도 발생할 수 있지만 간경변이나 만성 간질환, 당뇨병, 알코올성 간질환 등으로 면역력이 떨어진 사람에게서 증상이 더 빠르고 심하게 나타나는 경향이 있다고 알려져 있다. 이런 기저질환이 있는 경우 패혈성 쇼크로 진행될 위험도 상대적으로 높아 각별한 경계가 필요하다.
대한감염학회 등 전문가들은 간질환이나 면역저하 상태에 있는 사람은 늦더위 시기에도 상처가 있는 채로 바닷물에 들어가는 것을 피하고, 굴이나 조개 등 어패류는 반드시 완전히 익혀 먹을 것을 권고한다. 날 어패류를 맨손으로 손질할 때도 손에 작은 상처가 있다면 장갑을 착용하는 것이 안전하다.
낚시나 물놀이 중 생긴 상처는 작더라도 가볍게 여기지 말고 바닷물이 닿지 않도록 방수 밴드로 감싸거나, 이미 바닷물에 노출됐다면 깨끗한 물로 충분히 씻어내는 것이 좋다. 상처 부위에 진흙이나 모래가 남아 있으면 감염 위험이 커지므로 흐르는 물로 세척한 뒤 소독하는 습관이 필요하다.

바닷물 노출 상처는 즉시 세척해야 [그림=메디닉스DB]
감염 후 증상이 나타나는 속도가 매우 빠른 것이 비브리오패혈증의 특징 중 하나로 꼽힌다. 상처 부위의 통증과 붓기가 몇 시간 만에 급격히 악화되거나 고열과 오한이 동반되면 자가 치료로 지켜보기보다 가까운 병원 응급실을 찾아 빠르게 진단받는 것이 안전하다.
특히 상처 주변 피부색이 짙은 자주색이나 검붉은 색으로 변하거나 물집이 급격히 커지는 경우에는 조직괴사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는 신호일 수 있으므로 응급 진료를 늦춰서는 안 된다. 항생제 치료 시작이 늦어질수록 예후가 나빠질 수 있다는 점도 함께 알아둘 필요가 있다.
늦더위가 이어지는 9월에도 해수욕장이나 갯벌 체험을 즐기는 사람이 많은 만큼, 물놀이나 낚시 전에는 몸에 상처가 없는지 미리 살피고 상처가 있다면 가급적 바다 활동을 미루는 것이 바람직하다. 다녀온 뒤에도 며칠간 상처 부위와 몸 상태를 살피며 이상 증상이 생기면 지체 없이 의료기관을 찾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