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사를 많이 하지 않았는데도 금세 배가 부르고, 음식이 오랫동안 위에 남아 있는 듯한 답답함이 반복된다면 단순한 소화불량으로만 넘기기 어려울 수 있다. 최근 미국의학협회저널 JAMA는 위에서 음식물이 정상적으로 내려가지 못하는 위마비를 주요 소화기 질환 가운데 하나로 소개하며 증상과 위험요인, 진단 기준을 정리했다.
위마비는 위에 물리적인 막힘이 없는데도 위의 운동 기능이 떨어져 음식물이 소장으로 내려가는 시간이 비정상적으로 늦어지는 질환이다. 대표적인 증상은 메스꺼움과 구토, 조금만 먹어도 금세 배가 부르는 조기 포만감, 식후 복부 팽만감, 윗배의 통증이나 불편감 등이다. 일부에서는 속쓰림이나 변비가 함께 나타날 수도 있다.
평소 위염이나 기능성 소화불량이 있는 사람에게도 비슷한 증상이 나타날 수 있기 때문에 증상만으로 위마비를 판단하기는 어렵다. 특히 식사량이 예전보다 눈에 띄게 줄거나 식사를 마친 뒤 수시간 동안 심한 포만감과 메스꺼움이 지속된다면 원인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
위마비와 관련성이 높은 대표적인 질환은 당뇨병이다. 제1형과 제2형 당뇨병 모두 위험요인으로 알려져 있다. 장기간 높은 혈당이 지속되면 위의 움직임을 조절하는 신경 기능이 영향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밖에도 위나 식도, 흉부 수술을 받은 경험이 있거나 파킨슨병, 갑상선기능저하증, 아밀로이드증, 전신경화증과 같은 질환이 있는 경우에도 위 배출 기능이 저하될 수 있다.
약물 복용 여부도 중요한 확인 항목이다. JAMA는 오피오이드 계열 진통제와 항콜린제, GLP-1 수용체 작용제처럼 위 배출을 늦출 수 있는 약물을 위험요인으로 설명했다. 최근 당뇨병과 비만 치료를 위해 GLP-1 계열 약물을 사용하는 사람이 늘고 있는 만큼, 해당 약물을 사용하는 중 지속적인 구토나 심한 조기 포만감이 생겼다면 임의로 약을 중단하기보다 의료진과 증상을 상의하는 것이 필요하다.
바이러스 감염 이후 일시적으로 위마비와 유사한 증상이 나타나는 경우도 있다. 노로바이러스와 엡스타인바 바이러스, 코로나19를 일으키는 SARS-CoV-2 등이 위마비 발생과 연관된 것으로 보고돼 있으며, 이러한 감염 후 증상은 상당수에서 시간이 지나면서 호전될 수 있다고 JAMA는 설명했다.
위마비를 진단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소화가 잘 안 된다는 증상만으로는 부족하다. 위마비에 해당하는 증상이 있으면서 내시경이나 복부 영상검사에서 위를 막는 구조적인 문제가 없어야 하고, 실제 검사에서 위 배출이 지연됐다는 사실이 확인돼야 한다. 즉 위궤양이나 종양, 다른 소화기 질환을 먼저 배제하는 과정이 중요하다.
증상이 지속될 경우 영양 상태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음식 섭취량이 감소하면서 비타민과 철분, 아연 등이 부족해질 수 있고 체중 감소로 이어지기도 한다. 심한 환자에서는 일상생활과 업무 수행에도 상당한 불편이 생길 수 있다.
관리는 증상의 정도와 원인에 따라 달라진다. 일반적으로 한 번에 많은 양을 먹기보다 적은 양을 나눠 먹고 지방과 섬유질 함량이 지나치게 높은 음식은 줄이는 방식이 활용된다. 음식물을 작게 잘라 먹거나 부드러운 형태로 섭취하는 방법도 위의 부담을 줄이는 데 사용될 수 있다. 증상이 심한 경우에는 의료진의 판단에 따라 약물이나 영양 공급, 시술 등이 고려된다.
중요한 것은 반복되는 조기 포만감이나 구토를 단순히 위가 약해서 생기는 증상이라고 넘기지 않는 것이다. 특히 당뇨병이 있거나 위 배출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약물을 복용하고 있는 상황에서 증상이 지속된다면 정확한 원인을 확인하는 것이 필요하다. 조금만 먹어도 속이 계속 차 있고 식후 불편감이 일상을 방해하기 시작했다면 위가 음식물을 정상적으로 내려보내고 있는지 살펴볼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