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이나 학교, 직장 등 같은 공간에서 결핵 환자가 잇따라 발생해도 실제로 누가 누구에게 옮겼는지 확인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았다. 질병관리청은 4일 결핵균의 유전정보를 일부만 분석하던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전체 유전체를 들여다보는 전장유전체분석으로 검사 범위를 넓혀 환자 간 전파 관련성을 한층 정밀하게 확인하겠다고 밝혔다.
결핵은 결핵균이 기침이나 대화 중 나오는 미세한 비말핵을 통해 공기 중으로 퍼지면서 감염되는 호흡기 질환이다. 증상이 서서히 나타나고 잠복기가 길어 감염 시점을 특정하기 어려운 탓에, 같은 집단에서 여러 환자가 나오더라도 감염 경로를 명확히 규명하지 못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이런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질병관리청이 도입하기로 한 방법이 결핵균 유전형 분석체계의 전면 확대다. 지금까지는 결핵균이 가진 유전정보 가운데 일부 구간만 비교해 환자 간 균주의 유사성을 판단해 왔는데, 이 방식으로는 비슷한 유전형을 가진 균주를 세밀하게 구분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질병관리청은 이번에 분석 범위를 결핵균의 전체 유전체로 넓히는 전장유전체분석, 이른바 WGS 기법을 도입한다고 설명했다. 균이 가진 유전정보 전체를 비교하면 일부 구간만 볼 때보다 훨씬 촘촘하게 균주 간 차이를 가려낼 수 있어, 서로 다른 환자에게서 나온 결핵균이 같은 감염원에서 비롯됐는지 더 정확하게 판단할 수 있다.

결핵균 유전체 전체 비교로 균주 간 차이 정밀 확인 [그림=메디닉스DB]
이렇게 분석 정밀도가 높아지면 눈에 잘 띄지 않던 감염고리도 드러날 가능성이 커진다. 지역사회나 특정 시설에서 시차를 두고 발생한 결핵 환자들이 사실은 하나의 전파망 안에 있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게 되면, 방역 당국이 접촉자 조사와 관리 범위를 보다 정확하게 설정하는 데 도움이 된다.
질병관리청은 특히 항생제 내성을 가진 결핵균 감염 사례에서 이번 분석체계 확대의 효과가 클 것으로 보고 있다. 내성 결핵은 치료 기간이 길고 관리가 까다로운 만큼, 내성균이 누구를 통해 어디로 퍼졌는지 정확히 짚어낼 수 있으면 추가 전파를 차단하는 데 실질적인 도움이 된다는 설명이다.
결핵균 유전체를 전체적으로 비교하는 작업은 기존보다 정밀한 정보를 주는 대신 분석해야 할 데이터의 양도 크게 늘어난다. 그런데도 질병관리청이 이 방식을 확대하기로 한 것은, 정확한 전파 경로 파악이 결핵 관리의 핵심이라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기침 오래가면 의료기관 찾아 검사받는 것이 안전 [그림=메디닉스DB]
결핵은 국내에서 여전히 관리가 필요한 감염병으로 꼽힌다. 기침이 2주 이상 계속되거나 가래, 미열, 체중 감소 같은 증상이 이어진다면 결핵을 의심하고 의료기관을 찾아 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바람직하다. 특히 결핵 환자와 함께 생활하거나 오래 접촉한 사람은 증상이 없더라도 잠복결핵 검사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
치료를 시작한 환자라면 증상이 좋아졌다고 해서 임의로 약 복용을 중단해서는 안 된다. 결핵균이 완전히 없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치료를 그만두면 재발할 뿐 아니라 항생제에 내성을 가진 균으로 변할 위험이 있어, 의료진이 안내한 기간 동안 처방된 약을 꾸준히 복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밀폐된 공간에서 오래 머무르거나 환기가 잘 되지 않는 환경에 자주 노출된다면 결핵을 비롯한 호흡기 감염병에 걸릴 위험이 높아질 수 있다. 실내는 자주 환기하고, 기침이 오래가는 증상이 있다면 마스크를 착용해 주변 사람과의 접촉을 줄이면서 가까운 의료기관을 방문해 진단을 받는 것이 결핵 확산을 막는 데 도움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