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을 위해 걷기 운동을 시작했지만 며칠은 많이 걷고 또 며칠은 거의 움직이지 않는 패턴이 반복된다면 단순한 일시적 변화로만 넘기지 않는 것이 좋겠다. 하루 걸음 수의 불규칙한 변동이 커지는 현상이 이후 신체활동이 크게 줄어드는 시기를 미리 보여주는 신호가 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국제학술지 npj Exercise Medicine and Health에 8월 25일 발표된 연구에서 연구진은 디지털 신체활동 프로그램에 참여한 성인 2만1425명의 스마트폰과 웨어러블 기기 데이터를 분석했다. 분석에 포함된 기록은 총 547만4501일에 달했으며 참가자의 평균 연령은 약 43세였다. 평균 하루 걸음 수는 7817걸음으로 조사됐다.
연구진이 주목한 것은 단순히 하루에 몇 걸음을 걸었는지가 아니라 걸음 수가 얼마나 불규칙하게 변하는지였다. 평소 활동량을 유지하던 사람이 어느 순간 많이 걷는 날과 거의 걷지 않는 날을 반복하는 등 변동성이 커진 뒤 활동량이 급격히 감소하는 현상이 나타나는지를 분석했다.
그 결과 걸음 수의 불규칙성을 나타내는 지표가 높을수록 이후 걷기 활동이 갑자기 줄어드는 현상과 뚜렷한 연관성이 확인됐다. 연구진이 개인의 평소 걸음 수보다 30% 이상 감소한 상태가 최소 7일간 이어지는 경우를 활동량 급감으로 정의했을 때, 걸음 수 변동성 지표가 높아질수록 이후 급감이 나타날 오즈는 1.87배 높았다. 감소 폭을 40% 이상으로 설정한 분석에서는 오즈비가 1.93으로 나타났다.
특히 평소 걸음 수가 적은 사람에서 이런 경향은 더욱 뚜렷했다. 하루 평균 5433걸음 미만으로 걷던 그룹에서는 걸음 수의 불규칙성이 커진 뒤 7일 이상 활동량이 감소할 가능성과의 연관성이 더 강하게 나타났다. 연구진은 스트레스와 피로, 업무 부담이나 생활환경 변화가 겹칠 때 기존 운동 습관을 유지하는 힘이 떨어지면서 걸음 수가 먼저 불안정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흥미로운 점은 운동량이 한번 떨어지면 감소 기간이 생각보다 길었다는 것이다. 연구에서 평소보다 30% 이상 걸음 수가 증가한 시기는 중앙값 기준 약 20일 지속됐지만, 반대로 30% 이상 감소한 기간은 약 33일 이어졌다. 잠깐 운동을 많이 하는 것보다 활동량이 줄어들기 시작할 때 빠르게 생활 패턴을 조정하는 것이 중요할 수 있다는 의미다.
실제 생활에서는 매일 정확히 같은 걸음 수를 채울 필요는 없다. 다만 평소 7000~8000걸음을 걷던 사람이 며칠 동안 3000걸음과 1만 걸음을 크게 오가는 등 활동 패턴이 갑자기 불규칙해졌다면 수면 부족이나 과로, 운동 계획의 무리함 등을 점검해볼 필요가 있다. 운동 목표를 지나치게 높게 잡기보다 출퇴근 시 걷기, 점심시간 산책처럼 지속하기 쉬운 활동을 일정하게 유지하는 방식이 장기적인 습관 형성에 유리할 수 있다.
이번 연구는 걸음 수 변동이 질병 발생을 직접 일으킨다는 의미는 아니다. 또한 디지털 신체활동 프로그램에 등록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만큼 모든 성인에게 동일하게 적용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연구진 역시 향후 웨어러블 기기를 활용해 활동량 감소 신호를 조기에 감지하고 적절한 시점에 운동 알림이나 맞춤형 개입을 제공하는 방안을 추가로 연구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건강한 걷기의 핵심은 특정 숫자를 하루도 빠짐없이 달성하는 데 있기보다 움직이는 생활을 얼마나 오랫동안 유지하느냐에 있다. 운동을 시작한 뒤 걸음 수가 갑자기 들쭉날쭉해졌다면 의지 부족으로 생각하기보다 생활 리듬을 다시 조정해야 한다는 신호로 받아들이는 것도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