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을 위해 담배를 끊거나 운동을 시작하는 것처럼 한 가지 생활습관을 바꾸는 것도 중요하지만, 장기적인 건강에는 여러 위험요인이 동시에 겹치는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는 국내 연구 결과가 나왔다. 흡연과 음주, 비만, 신체활동 부족이 중첩된 사람일수록 전체 사망뿐 아니라 심혈관질환과 암으로 인한 사망 위험도 높아지는 경향이 확인됐다.
국제학술지 Scientific Reports에 지난 8월 7일 공개된 연구에서 국내 연구진은 한국 국가건강검진 기반 코호트를 이용해 약 800만 명의 데이터를 분석했다. 연구진은 흡연 상태와 음주, 체질량지수, 신체활동을 주요 건강 위험요인으로 설정하고 각각의 상태에 따라 점수를 부여한 뒤 최대 19년 동안 사망 위험을 추적했다.
분석 결과 건강 위험점수가 가장 낮은 0~1점 집단과 비교했을 때 위험요인이 많이 겹친 7~8점 집단은 전체 사망 위험이 43% 높았다. 심혈관질환으로 인한 사망 위험은 61%, 암 사망 위험은 48%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정 습관 하나보다 여러 생활습관의 조합이 장기적인 건강과 밀접하게 연결될 가능성을 보여주는 결과다.
연령에 따른 차이도 관찰됐다. 위험요인이 많이 누적된 젊은 연령층에서는 전체 사망과 심혈관질환 사망 위험이 높아졌고, 중년층에서는 암 사망 위험과의 연관성이 두드러졌다. 젊다는 이유만으로 흡연이나 잦은 음주, 운동 부족을 가볍게 생각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시사한다.
이번 연구에 활용된 한국 국가건강검진 기반 코호트는 질병관리청과 국민건강보험공단이 구축한 대규모 자료다. 20세 이상 성인의 건강검진 정보와 의료 이용, 사망자료 등을 연계해 생활습관이 장기적인 건강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분석할 수 있다는 것이 특징이다. 기존 연구에서도 흡연과 음주, 신체활동 부족, 비만과 같은 수정 가능한 생활요인이 만성질환 부담과 관련된 주요 요소로 다뤄져 왔다.
건강관리에서는 한 번에 모든 습관을 완벽하게 바꾸려 하기보다 자신에게 겹쳐 있는 위험요인을 먼저 확인하는 방식이 현실적이다. 담배를 피우면서 술을 자주 마시고 운동량까지 적다면 한 가지 요소만 관리하는 것보다 금연과 음주량 조절, 걷기나 근력운동 같은 신체활동 증가를 함께 시도하는 편이 생활습관 위험요인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 체중 역시 숫자 하나에만 집중하기보다는 식사량과 활동량, 허리둘레 변화 등 전반적인 생활패턴 속에서 관리할 필요가 있다.
다만 이번 결과는 대규모 관찰연구를 통해 생활습관 위험요인과 사망 사이의 연관성을 분석한 것으로, 특정 습관이 개인의 사망을 직접적으로 일으킨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개인별 질환과 약물 복용, 사회경제적 환경 등 다양한 요인이 함께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약 800만 명의 한국인을 장기간 추적했다는 점에서 의미는 크다. 건강을 좌우하는 것은 특별한 비법보다 매일 반복되는 생활습관일 수 있다. 흡연과 음주, 운동 부족, 비만 가운데 자신에게 해당하는 위험요인이 몇 개인지 살펴보고 하나씩 줄여가는 것이 장기적인 건강관리를 시작하는 현실적인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