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몇 년 사이 항생제로도 잘 낫지 않는 장염이나 원인을 알 수 없는 소화기 증상으로 병원을 찾는 환자들 사이에서 분변미생물이식이라는 치료법이 조금씩 알려지고 있다. 건강한 기증자의 장내세균을 환자의 장으로 옮겨 무너진 미생물 균형을 회복시키는 방식으로, 최근에는 적용 범위가 장 질환을 넘어 대사질환 영역까지 넓어지는 추세다.
분변미생물이식은 말 그대로 건강한 사람의 대변에서 추출한 미생물 군집을 캡슐이나 관을 통해 환자의 대장으로 전달하는 시술이다. 정상적인 장내 미생물 생태계를 이식받은 환자는 유해균이 과도하게 증식한 상태에서 벗어나 장 기능을 회복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치료법이 처음 주목받은 계기는 항생제 치료에도 반복적으로 재발하는 난치성 장염이었다. 기존 약물 치료로 반응하지 않던 환자들에게 분변미생물이식을 시행한 결과 증상이 뚜렷하게 개선되는 사례가 보고되면서 관련 연구가 본격화됐고, 이후 염증성장질환 등 다른 소화기 질환으로도 연구 범위가 넓어졌다.
최근에는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비만, 제2형 당뇨병 등 대사질환과 장내미생물의 연관성을 규명하려는 연구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장내세균이 영양소 흡수와 에너지 대사, 염증 반응에 관여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미생물 균형을 조절하면 대사 이상도 개선될 수 있다는 가설이 힘을 얻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장내미생물과 대사질환 연관성 연구가 활발해지고 있다 [그림=메디닉스DB]
실제로 대한소화기학회 등 관련 학회에서는 장내미생물이 인슐린 저항성이나 체지방 축적과 연관이 있을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잇따라 발표되고 있다. 비만이나 당뇨병 환자와 정상 체중인 사람의 장내미생물 구성이 서로 다르다는 관찰 결과가 이런 연구의 출발점이 되고 있다.
다만 대사질환 영역에서 분변미생물이식은 아직 연구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다는 점을 분명히 알아둘 필요가 있다. 재발성 장염처럼 치료 효과가 널리 확인된 것과 달리 비만이나 당뇨병에서는 아직 표준 치료법으로 인정받지 못했으며, 관련 임상연구가 국내외에서 진행 중인 상황이다.
분변미생물이식의 안전성을 좌우하는 핵심은 기증자 선정 과정이다. 감염성 질환이나 특정 만성질환 병력이 있는 사람은 기증자에서 제외되며, 혈액과 대변 검사를 통해 병원체 감염 여부를 철저히 확인한 뒤에야 시술이 이뤄진다. 이런 검증 절차 없이 임의로 시행되는 시술은 오히려 감염 위험을 높일 수 있다.

기증자 검체는 엄격한 검사 절차를 거쳐야 한다 [그림=메디닉스DB]
일부에서는 분변미생물이식을 장 건강기능식품이나 유산균 제품과 혼동하는 경우가 있는데 둘은 근본적으로 다른 개념이다. 시중 유산균 제품이 특정 균주 몇 종을 보충하는 방식이라면, 분변미생물이식은 수백 종에 달하는 미생물 생태계 전체를 옮기는 의료 행위로 반드시 의료기관에서 엄격한 절차를 거쳐 이뤄져야 한다.
국내에서는 분변미생물이식이 일부 난치성 장염 치료에 한해 제한적으로 승인돼 시행되고 있으며, 대사질환을 비롯한 다른 질환에 대한 적용은 임상시험 등 연구 목적으로만 이뤄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관련 시술이 안전성과 유효성이 충분히 검증된 범위 내에서 이뤄지도록 관리하고 있다.
장 건강과 대사 이상으로 고민하는 환자라면 검증되지 않은 방식으로 미생물 이식을 시도하기보다 소화기내과 등 전문의와 상담해 현재 자신에게 필요한 치료가 무엇인지 확인하는 것이 우선이다. 인터넷이나 비공식 경로를 통한 시술은 감염 등 예상치 못한 부작용으로 이어질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평소 장내미생물 균형을 지키려면 식이섬유가 풍부한 채소와 과일, 발효식품을 고르게 섭취하고 불필요한 항생제 사용을 줄이는 생활습관이 도움이 된다. 소화 불량이나 배변 이상이 오래 지속된다면 자가 진단에 의존하지 말고 병원을 찾아 정확한 원인을 확인하는 것이 바람직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