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노령묘를 키우는 반려인들 사이에서 밥은 잘 먹는데 살이 자꾸 빠진다는 걱정이 늘고 있다. 대부분 나이가 들며 자연스럽게 마르는 것으로 여기지만, 실제로는 갑상선기능항진증이라는 질환이 숨어 있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 병은 초기 증상이 뚜렷하지 않아 사람보다 늦게 발견되기 쉬운 만큼 보호자의 세심한 관찰이 필요하다.
고양이 갑상선기능항진증은 목 부위에 위치한 갑상선이 과도하게 활성화되면서 갑상선호르몬이 지나치게 많이 분비되는 내분비 질환이다. 주로 7세 이상 노령묘에서 발생하며, 나이가 들수록 발병 위험이 높아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관련 수의학회에서도 노령묘 건강검진 항목에 갑상선호르몬 수치 검사를 포함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대표적인 증상은 식욕이 오히려 왕성해지는데도 체중은 꾸준히 줄어드는 것이다. 여기에 활동량이 갑자기 늘어나 부산스러워지거나, 물을 많이 마시고 소변량이 늘어나는 변화가 동반되기도 한다. 털이 푸석해지고 윤기를 잃거나 구토, 설사가 잦아지는 것도 눈여겨봐야 할 신호다.
문제는 이런 변화가 서서히 나타나기 때문에 보호자가 노화의 자연스러운 과정으로 오해하기 쉽다는 점이다. 오히려 밥을 잘 먹고 활발해 보이는 모습만 보고 건강하다고 안심하는 경우도 많다. 고양이는 본능적으로 아픈 티를 잘 내지 않는 동물이라, 눈에 띄는 이상이 나타났을 때는 이미 병이 상당히 진행된 뒤인 경우가 흔하다.

체중 변화를 정기적으로 확인하는 것이 조기 발견의 첫걸음 [그림=메디닉스DB]
사람의 갑상선기능항진증은 눈이 튀어나오거나 목이 부어오르는 등 비교적 외형적인 변화가 뚜렷해 조기에 병원을 찾는 계기가 되는 경우가 많다. 반면 고양이는 외형적 변화가 두드러지지 않고 체중 감소도 서서히 진행돼, 정기적으로 체중을 재보지 않으면 변화를 놓치기 쉽다.
대부분의 경우 원인은 갑상선에 생긴 양성 결절이나 증식으로, 갑상선 조직이 과도하게 커지면서 호르몬을 과다 분비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악성 종양으로 인한 경우는 드문 편이지만, 정확한 원인 감별을 위해서는 반드시 동물병원에서 검사를 받아야 한다.
진단은 혈액검사를 통해 갑상선호르몬 수치를 확인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필요하면 심장 초음파나 혈압 측정 등 추가 검사를 병행해 심장이나 신장에 미친 영향을 함께 살피기도 한다. 노령묘의 경우 다른 만성질환과 증상이 겹칠 수 있어 종합적인 검진이 중요하다.

혈액검사로 갑상선호르몬 수치를 확인하는 진단 과정 [그림=메디닉스DB]
치료하지 않고 방치하면 심장에 무리가 가 고혈압이나 심근비대 같은 합병증으로 이어질 수 있고, 신장 기능에도 부담을 줄 수 있다. 이미 신장질환을 앓고 있는 노령묘라면 갑상선기능항진증이 신장 상태를 더 악화시킬 수 있어 조기 발견과 관리가 더욱 중요하다.
치료 방법으로는 약물로 호르몬 분비를 조절하는 방법, 갑상선호르몬 조절에 도움이 되는 처방식을 급여하는 방법, 방사성요오드 치료나 외과적 절제술 등이 있으며 고양이의 전신 건강 상태와 나이를 고려해 수의사와 상의해 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7세 이상 노령묘를 기르고 있다면 매달 한 번씩 체중을 재보고, 밥을 평소보다 잘 먹는데도 살이 빠지거나 갑자기 활동량이 늘고 물을 많이 마시는 변화가 보이면 미루지 말고 동물병원을 찾는 것이 좋다. 정기적인 건강검진에 갑상선호르몬 수치 검사를 포함시키는 것도 조기 발견에 도움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