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와 의사의 대화를 듣고 진료기록 초안을 자동으로 작성하는 인공지능 기술이 대형 병원에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8월 11일 npj Health Systems에 공개된 보고에서는 미국 클리블랜드클리닉이 앰비언트 AI 스크라이브를 외래 의료진 4000명 이상에게 약 4개월 만에 도입한 과정과 운영 전략이 소개됐다.
앰비언트 AI 스크라이브는 환자와 의료진의 대화를 동의 아래 기록하고, 대규모 언어모델을 이용해 이를 구조화된 진료기록 초안으로 변환하는 기술이다. 의사는 생성된 기록을 직접 확인하고 수정한 뒤 최종 서명한다. 환자를 진료하면서 동시에 컴퓨터 화면에 내용을 입력해야 하는 부담을 줄이는 것이 주요 도입 목적이다.
클리블랜드클리닉은 23개 병원과 276개 외래진료 시설을 운영하는 대규모 의료체계다. 연구진은 여러 AI 제품을 검토한 뒤 한 업체와 협력해 2025년 3월부터 전사적인 외래 도입을 시작했으며, 약 4개월 동안 4000명 이상의 의료진을 대상으로 교육과 사용환경 구축을 진행했다.
보고서가 강조한 핵심은 AI 성능 자체보다 도입 과정이었다. 연구진은 성공적인 확산을 위해 조직 거버넌스, 교육과 온보딩, 즉각적인 지원체계, 사용자 의견을 반영하는 실시간 학습이라는 네 가지 축이 필요했다고 설명했다. 정보기술 부서뿐 아니라 의료진 리더십과 의료정보학, 진료비 관리 부서까지 함께 참여하는 구조를 만들었다.
의료 AI는 설치만 하면 바로 효율이 생기는 기술이 아니다. 의료진이 실제 진료에서 얼마나 자주 사용하는지, 기록 오류가 어느 정도 발생하는지, 전자의무기록과 자연스럽게 연결되는지, 환자 개인정보와 동의 절차가 적절하게 관리되는지를 지속적으로 확인해야 한다. 연구진 역시 사용률과 만족도, 기록시간, 재무지표 등을 함께 모니터링하는 방식을 채택했다.
특히 생성형 AI는 실제 대화에 없던 내용을 기록하거나 중요한 정보를 누락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 따라서 AI가 만든 기록을 의료진이 확인하지 않은 채 그대로 저장하는 방식은 위험할 수 있다. 최종 진료기록에 대한 책임은 의료진에게 있다는 원칙과 검토절차가 함께 필요하다.
이번 논문은 무작위 임상시험이 아니라 대형 의료기관의 운영 경험을 정리한 관점 보고서라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4000명 이상에게 빠르게 도입했다는 사실이 환자의 치료결과가 개선됐거나 모든 병원에서 같은 효과가 나타난다는 것을 입증한 것은 아니다.
국내 병의원에서도 생성형 AI를 이용한 상담 기록과 문서 작성 기술의 활용이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의료광고 문구를 만드는 AI와 실제 진료기록을 작성하는 AI는 요구되는 정확성과 개인정보 보호 수준이 다르다. 진료현장에서의 AI 도입은 단순한 업무 자동화가 아니라 의료정보 관리체계 전체를 함께 설계하는 문제로 접근해야 한다.
이번 사례는 의료 AI의 경쟁력이 모델의 성능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는 점을 보여준다. 빠르게 도입하는 것보다 의료진이 안전하게 사용하고 오류를 즉시 수정하며 환자에게 불필요한 위험을 만들지 않는 운영체계를 갖추는 것이 실제 의료현장에서 더 중요한 조건이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