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배가 아프기 시작했지만 체한 것이라 생각해 진통제를 먹고 버티는 경우가 적지 않다. 그러나 배꼽 주변에서 시작된 통증이 몇 시간에 걸쳐 오른쪽 아랫배로 이동하고 점점 심해진다면 급성 충수염 가능성을 살펴봐야 한다. 충수염은 대장 시작 부위에 붙어 있는 작은 주머니인 충수에 염증이 생기는 질환으로, 빠른 평가가 필요한 급성 복통의 대표적인 원인이다.

전형적인 충수염 통증은 처음에는 배꼽 주변이나 명치 부근이 불편한 느낌으로 시작될 수 있다. 시간이 지나면서 통증이 오른쪽 아랫배에 집중되고, 걷거나 기침하거나 차가 흔들릴 때처럼 배에 충격이 가해지는 상황에서 더 심해지는 양상을 보인다. 식욕 저하와 메스꺼움, 구토, 미열, 복부 팽만, 변비나 설사가 함께 나타나는 경우도 있다.

다만 모든 환자가 교과서적인 증상을 보이는 것은 아니다. 충수의 위치와 나이, 임신 여부에 따라 통증 부위가 달라질 수 있으며 어린아이와 고령자는 증상을 정확히 표현하지 못하거나 통증이 뚜렷하지 않을 수 있다. 임신 중에는 충수의 위치가 위쪽으로 밀리면서 오른쪽 윗배가 아픈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따라서 통증 위치만으로 충수염을 스스로 배제해서는 안 된다.

충수염은 충수 입구가 단단한 변이나 부은 림프조직 등에 의해 막히면서 내부 압력이 높아지고 세균이 증식해 발생할 수 있다. 염증이 계속 진행되면 충수 벽의 혈액 공급이 떨어지고 조직이 손상되면서 구멍이 생길 수 있다. 충수가 터지면 감염이 복강 전체로 퍼지는 복막염이나 농양, 패혈증으로 이어질 수 있어 초기 대응이 중요하다.

복통이 심할 때 배를 반복해서 누르거나 온찜질을 하며 버티는 행동은 주의해야 한다. 진통제를 먹고 통증이 잠시 줄었다고 해서 염증이 해결된 것은 아니다. 특히 통증이 계속 심해지거나 오른쪽 아랫배에 집중되고, 구토와 발열이 동반된다면 음식을 억지로 먹거나 집에서 경과만 관찰하기보다 의료기관에서 평가를 받아야 한다.

진료에서는 통증이 시작된 위치와 이동 양상, 식욕과 구토 여부, 발열 등을 확인하고 복부를 진찰한다. 혈액검사와 소변검사를 통해 염증이나 다른 질환 가능성을 살피며, 필요에 따라 초음파 또는 컴퓨터단층촬영을 시행한다. 가임기 여성에서는 임신 관련 질환이나 난소 질환처럼 비슷한 통증을 일으키는 원인도 함께 확인해야 한다.

충수염은 일반적으로 충수를 제거하는 수술로 관리하며, 환자의 상태와 염증 범위에 따라 항생제를 함께 사용한다. 일부 환자는 항생제 중심의 관리가 고려될 수 있지만 모든 경우에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충수 파열이나 농양이 의심되면 감염 범위에 따라 보다 적극적인 처치가 필요할 수 있다.

복통이 갑자기 심해지거나 배 전체로 퍼지고, 몸을 움직이기 어려울 정도의 통증과 고열, 반복적인 구토, 의식 저하, 창백함, 호흡 곤란이 나타난다면 즉시 응급 평가가 필요하다. 통증이 잠시 줄었다가 이후 배 전체가 심하게 아파지는 경우도 충수 파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충수염은 초기에 소화불량이나 장염처럼 느껴질 수 있어 발견이 늦어지기 쉽다. 배꼽 주변 통증이 오른쪽 아랫배로 이동하고 시간이 갈수록 강해진다면 단순한 체기라고 넘기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통증의 위치와 진행 속도를 살피고 의심되는 변화가 있다면 신속하게 진료를 받는 것이 합병증을 줄이는 가장 안전한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