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경 이후에는 체중이 크게 늘지 않아도 복부지방과 혈압, 콜레스테롤 수치가 달라지면서 심혈관질환 위험이 높아질 수 있다. 최근 과일과 채소, 통곡물, 콩류를 중심으로 식사한 폐경 후 여성에게서 심장질환과 뇌졸중 발생 위험이 상대적으로 낮게 나타났다는 장기 추적 연구 결과가 공개됐다.
미국영양학회 연례학술대회에서 발표된 이번 연구는 여성건강계획에 참여한 폐경 후 여성 6만6892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연구 시작 당시 참여자의 평균 연령은 약 63세였으며 모두 심혈관질환이 없는 상태였다. 연구진은 식품 섭취 설문을 바탕으로 각 참여자의 ‘지구건강 식단’ 실천 정도를 평가하고 약 20년간 건강 상태를 추적했다.
지구건강 식단은 채식을 엄격하게 요구하는 식사법이 아니다. 채소와 과일, 통곡물, 콩류, 견과류, 불포화지방의 비중을 높이고 붉은 고기와 가공육, 첨가당, 정제곡물, 포화지방은 줄이는 방식이다. 식물성 식품을 중심에 두되 개인의 문화와 식습관에 따라 동물성 식품을 적정량 포함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일상 적용이 비교적 쉽다.
분석 결과 이 식단을 가장 충실하게 실천한 여성은 실천도가 가장 낮은 여성보다 전체 심혈관질환 위험이 약 28% 낮았다. 관상동맥질환뿐 아니라 뇌졸중과 심부전 위험에서도 비슷한 감소 경향이 관찰됐다. 연구진은 나이와 소득, 교육 수준, 흡연과 음주, 신체활동, 체질량지수, 총섭취 열량처럼 결과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요인을 반영해 분석했다.
주목할 점은 식단을 완벽하게 지키지 않아도 실천 점수가 높아질수록 위험이 낮아지는 경향이 나타났다는 것이다. 육류를 모두 끊거나 낯선 식재료만 고집하기보다 매 끼니 식물성 식품의 비중을 조금씩 높이는 접근이 현실적이라는 의미다. 다만 이번 결과는 식사를 통제한 임상시험이 아닌 관찰연구이며, 학술대회 발표 자료로 아직 정식 논문의 동료평가를 거치지 않았다. 식단이 위험 감소의 직접적인 원인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국내 식탁에서는 밥의 일부를 현미와 보리 같은 통곡물로 바꾸고, 접시 절반을 나물이나 생채소로 구성하는 방식으로 적용할 수 있다. 삼겹살과 햄, 소시지의 섭취 횟수를 줄이는 대신 두부와 콩, 생선, 달걀을 번갈아 활용하면 단백질을 보충하면서 식단의 균형도 유지할 수 있다. 버터와 생크림이 많은 음식보다 견과류와 들기름, 올리브유 등 불포화지방을 적정량 사용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식물성 식품이라고 모두 건강한 것은 아니다. 감자튀김과 정제된 흰빵, 설탕이 많은 시리얼과 음료는 식물에서 만들어졌어도 건강한 식사로 보기 어렵다. 세계보건기구는 가공이 적은 채소와 과일, 통곡물, 콩류를 충분히 먹고 유리당과 나트륨, 건강에 좋지 않은 지방이 많은 식품은 줄이도록 권고한다.
폐경 후 건강관리는 체중계 숫자만 확인하는 데 그쳐서는 안 된다. 허리둘레와 혈압, 공복혈당, 콜레스테롤을 함께 살피고 규칙적인 신체활동과 금연, 절주를 병행해야 한다. 특정 건강식품 하나를 추가하기보다 매일 반복되는 식사의 구성을 천천히 바꾸는 것이 심장과 혈관을 지키는 지속 가능한 방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