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유를 먹던 아기가 갑자기 젖병을 제대로 빨지 못하고 울음소리가 평소보다 약해졌다면 단순한 컨디션 저하로만 판단해서는 안 된다. 변비와 함께 목을 가누지 못하거나 몸이 축 늘어지는 모습이 나타난다면 신경과 근육 기능을 떨어뜨리는 영아 보툴리누스증 가능성을 살펴야 한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는 최근 특정 분말 조제분유와 관련된 영아 보툴리누스증 집단발생을 조사하고 있다. 7월 6일 기준 미국 3개 주에서 생후 수개월 된 영아 4명이 확진됐으며 모두 입원 치료를 받았다. 사망자는 보고되지 않았다. 관련 제품은 전량 회수됐으며 미국 내에서만 유통돼 국내에 정식 공급된 제품은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영아 보툴리누스증은 보툴리눔균의 포자가 아기의 장으로 들어가 증식하고 신경독소를 만들어 발생한다. 이 독소는 신경에서 근육으로 전달되는 신호를 차단해 얼굴과 목, 팔과 다리의 힘을 점차 떨어뜨린다. 심해지면 숨을 쉬는 데 필요한 근육까지 약해져 호흡 보조가 필요할 수 있는 응급질환이다.
초기에는 며칠 동안 대변을 보지 못하는 변비로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 이후 분유나 모유를 빠는 힘이 약해지고 삼키는 것을 어려워하며, 울음이 작거나 이전과 다른 소리로 변할 수 있다. 표정이 줄고 눈꺼풀이 처지며 침을 흘리거나 목을 가누지 못하는 모습도 나타난다. 증상이 진행되면 팔다리가 축 늘어지고 호흡이 얕아질 수 있다.
보호자가 알아차리기 어려운 이유는 영아의 수유량과 배변 횟수가 원래도 일정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평소 잘 먹던 아기가 갑자기 빠는 힘을 잃고, 안았을 때 머리와 몸이 힘없이 처지거나 울음소리가 현저히 약해졌다면 기다려 볼 증상이 아니다. 특히 숨이 가쁘거나 입술색이 변하고 깨워도 반응이 둔하다면 즉시 응급진료를 받아야 한다.
진단은 증상과 진찰 결과를 토대로 우선 판단하며, 의심이 높으면 검사 결과를 기다리지 않고 치료를 시작할 수 있다. 조기에 전용 면역글로불린 치료를 시행하면 독소의 작용이 더 진행되는 것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 이미 발생한 근력 저하는 회복까지 시간이 필요할 수 있어 입원 중 수유와 호흡 상태를 면밀히 관찰한다.
분말 조제분유는 개봉 전이라도 완전한 무균 제품으로 볼 수 없으므로 손과 조리도구를 깨끗이 씻고, 제품에 표시된 조유 방법과 보관 조건을 지켜야 한다. 사용 중인 분유가 해외직구 제품이라면 제조사와 유통기한, 회수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회수 대상 제품은 맛을 보거나 다른 용기에 옮기지 말고 사용을 중단해야 하며, 분유가 닿았던 젖병과 계량도구, 조리대는 뜨거운 비눗물이나 식기세척기로 세척하는 것이 좋다.
회수 제품을 먹었더라도 증상이 없다면 지나치게 불안해하기보다 마지막 섭취 후 약 한 달 동안 수유량과 울음소리, 배변, 목 가누기, 팔다리 움직임을 주의 깊게 살펴야 한다. 영아 보툴리누스증은 드물지만 진행 속도가 빠를 수 있다. 아기의 작은 행동 변화를 가장 먼저 알아차리는 보호자의 관찰과 신속한 진료가 중증 악화를 막는 핵심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