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견과 고양이는 심장질환이 있어도 초기에 티를 잘 내지 않는 경우가 많다. 밥을 잘 먹고 산책도 하고 평소처럼 생활하면 보호자는 심장에 문제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기 어렵다. 하지만 병원 건강검진 중 청진에서 심장잡음이 발견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심장잡음은 질환명 자체가 아니라 심장 안에서 피가 흐를 때 생기는 비정상적인 소리로, 심장 구조나 혈류 변화의 단서가 될 수 있다.
코넬대학교 수의대는 반려견 심장잡음이 대부분 정기 건강검진에서 발견된다고 설명한다. 심장잡음은 약한 정도부터 쉽게 들리는 정도까지 단계가 나뉘며, 잡음이 있다고 해서 모두 즉시 심부전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어떤 잡음은 판막질환이나 선천성 심장질환, 심근질환과 관련될 수 있어 발견 이후의 평가와 추적관찰이 중요하다. (vet.cornell.edu)
반려견에서 흔한 원인 중 하나는 이첨판 질환이다. 나이가 들면서 심장 판막이 두꺼워지고 제대로 닫히지 않으면 피가 역류하며 잡음이 들릴 수 있다. 특히 소형견과 노령견에서 자주 문제가 된다. 초기에는 증상이 없을 수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기침, 운동 후 쉽게 지침, 호흡수 증가, 잠잘 때 숨이 가빠짐, 실신 같은 변화가 나타날 수 있다. 이 단계까지 진행되기 전에 검진에서 잡음을 발견하고 심장 상태를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고양이의 경우는 더 조용히 진행될 수 있다. 코넬대학교 고양이건강센터는 고양이에서 가장 흔한 심근질환이 비대성 심근병증이라고 설명한다. 이 질환은 심장 근육이 두꺼워지면서 심장이 혈액을 채우고 내보내는 기능에 영향을 줄 수 있다. 많은 고양이는 아파 보이지 않을 수 있지만, 일부는 숨이 가쁘거나 입을 벌리고 호흡하고, 무기력해지는 증상을 보일 수 있다. (vet.cornell.edu)
고양이 심장질환이 어려운 이유는 심장잡음이 항상 들리는 것도 아니고, 잡음이 있다고 해서 질환 정도를 정확히 알 수 있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어떤 고양이는 심장질환이 있어도 청진상 잡음이 뚜렷하지 않을 수 있고, 반대로 일시적이거나 비교적 가벼운 잡음이 들리기도 한다. 그래서 심장잡음이 확인되면 나이, 품종, 증상, 혈압, 갑상샘 상태, 심장초음파 결과 등을 함께 봐야 한다.
심장잡음이 발견됐을 때 보호자가 가장 피해야 할 태도는 “아직 멀쩡하니 괜찮다”고 넘기는 것이다. 심장질환은 증상이 나타난 뒤에는 이미 어느 정도 진행돼 있을 수 있다. 특히 잠잘 때 호흡수가 늘거나, 평소보다 산책을 힘들어하거나, 기침이 반복되거나, 갑자기 쓰러지는 변화는 심장 문제와 연결될 수 있다. 고양이는 기침보다 빠른 호흡, 숨참, 활동량 감소, 식욕 저하, 갑작스러운 뒷다리 마비 같은 형태로 나타날 수 있어 더 주의가 필요하다.
최근에는 디지털 청진과 인공지능을 활용해 반려동물 심장잡음을 더 빨리 찾아내려는 시도도 이어지고 있다. 2026년 공개된 스마트폰 기반 수의 청진 연구에서는 약 30초 이상의 심장음 녹음 자료를 분석해 심장잡음 가능성을 분류하는 시스템이 소개됐다. 연구진은 고신뢰 구간에서 높은 정확도와 민감도, 특이도를 보고했지만, 불확실한 사례는 자동 판정 대신 수의학적 검토로 넘기는 구조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는 기술이 검진을 보조할 수는 있지만 진단을 대체하지는 않는다는 의미다. (arxiv.org)
심장잡음의 정확한 원인을 확인하는 데는 심장초음파가 중요한 검사다. 청진은 이상 소리를 찾아내는 출발점이고, 심장초음파는 심장 구조, 판막 움직임, 혈류 방향, 심장 근육 두께와 기능을 평가하는 데 도움이 된다. 코넬대학교 고양이건강센터도 선천성 심장질환에서 심장잡음이 흔한 특징일 수 있으며, 심장초음파가 진단에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설명한다. (vet.cornell.edu)
검사 후에는 질환의 단계에 따라 관리 방향이 달라진다. 증상이 없는 초기 단계라면 정기적인 추적검사와 생활관리만 필요할 수 있다. 반대로 심장 크기 변화나 혈류 이상, 폐부종 위험이 확인되면 약물치료가 필요할 수 있다. 심장질환은 한 번의 검사로 끝나는 문제가 아니라 시간에 따라 변화할 수 있으므로, 정해진 간격으로 다시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보호자가 집에서 확인할 수 있는 가장 실용적인 지표는 안정 시 호흡수다. 반려견이나 고양이가 잠들어 있거나 편안히 쉬는 상태에서 1분 동안 호흡수를 세어보면 평소 기준을 알 수 있다. 갑자기 안정 시 호흡수가 증가하거나, 숨을 배로 힘들게 쉬고, 기침이나 무기력이 동반된다면 진료가 필요하다. 특히 고양이가 입을 벌리고 숨을 쉬는 모습은 응급 신호로 볼 수 있다.
심장잡음은 보호자가 귀로 확인하기 어려운 문제다. 그래서 정기 건강검진이 중요하다. 예방접종이나 피부질환 진료 때도 청진을 놓치지 않는 것이 좋고, 노령견과 노령묘는 혈액검사와 혈압, 흉부 방사선, 심장초음파 필요성을 함께 상담할 수 있다. 겉으로 멀쩡해 보이는 시간이야말로 심장질환을 조기에 발견할 수 있는 기회일 수 있다.
반려동물의 심장잡음은 공포의 진단도, 그냥 넘길 소리도 아니다. 중요한 것은 잡음이 들렸을 때 그 의미를 확인하고, 질환이 있다면 어느 단계인지 파악하며, 증상이 나타나기 전부터 관리 계획을 세우는 것이다. 보호자가 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관리는 정기검진을 놓치지 않고, 호흡수와 기침, 활동량 변화를 세심하게 살피는 일이다. 심장질환은 조용히 시작될 수 있지만, 조기에 확인하면 더 안전하게 관리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