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철 복통과 설사는 흔한 증상처럼 보입니다. 찬 음식을 많이 먹었거나 배가 예민해졌다고 생각하고 넘기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설사에 피가 섞이고 배가 심하게 꼬이듯 아프다면 단순 장염이 아니라 장출혈성대장균감염증 가능성을 살펴야 합니다.

장출혈성대장균감염증은 독소를 만드는 대장균에 감염돼 출혈성 장염을 일으키는 질환입니다. 오염된 물이나 식품을 통해 감염될 수 있고, 감염자의 분변에 오염된 손이나 물건을 통해 사람 간 전파가 일어날 수도 있습니다. 특히 덜 익힌 소고기, 생채소, 비살균 유제품, 오염된 조리도구가 감염 경로가 될 수 있어요.

대표 증상은 심한 복통과 설사입니다. 처음에는 물설사로 시작했다가 시간이 지나면서 혈변으로 바뀔 수 있습니다. 구토와 메스꺼움, 미열이 함께 나타날 수 있지만 고열이 뚜렷하지 않은 경우도 있습니다. 배가 아픈 정도가 심하고 설사에 피가 보인다면 일반적인 배탈로 판단하지 말고 진료를 받는 것이 좋습니다.

이 질환에서 특히 주의해야 할 합병증은 용혈성요독증후군입니다. 장출혈성대장균이 만드는 독소가 신장과 혈액에 영향을 주면서 빈혈, 혈소판 감소, 급성 신장손상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어린아이와 고령자, 면역력이 약한 사람에게 더 위험할 수 있습니다. 설사가 시작된 뒤 소변량이 줄고 얼굴이 붓거나, 심하게 처지고 창백해지는 모습이 보이면 즉시 의료기관을 찾아야 합니다.

진단은 증상과 음식 섭취 이력, 주변 환자 발생 여부를 확인하는 것에서 시작합니다. 최근 덜 익힌 고기나 햄버거, 샐러드, 생채소, 비살균 식품을 먹었는지, 같은 음식을 먹은 사람에게 비슷한 증상이 있는지 확인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필요하면 대변검사를 통해 원인균과 독소 여부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치료는 수분과 전해질 보충이 기본입니다. 설사와 구토가 반복되면 탈수가 빠르게 진행될 수 있어 물을 조금씩 자주 마시고, 필요하면 경구수분보충액을 활용할 수 있습니다. 다만 혈변이 있거나 장출혈성대장균감염증이 의심되는 상황에서 지사제나 남은 항생제를 임의로 복용하는 것은 피해야 합니다. 치료 방향은 환자의 상태와 검사 결과를 보고 의료진이 판단해야 합니다.

예방은 조리 위생에서 시작됩니다. 고기는 중심부까지 충분히 익히고, 생고기를 만진 손과 칼, 도마는 바로 세척해야 합니다. 생고기용 도마와 채소용 도마를 구분하고, 채소와 과일은 흐르는 물에 충분히 씻어야 합니다. 조리한 음식은 상온에 오래 두지 말고, 남은 음식은 빠르게 냉장 보관하는 것이 좋습니다.

장출혈성대장균감염증은 흔한 여름철 설사처럼 시작될 수 있지만, 혈변과 신장 합병증으로 이어질 수 있는 질환입니다. 고기나 샐러드를 먹은 뒤 심한 복통과 피 섞인 설사가 나타난다면 시간을 두고 지켜보기보다 원인을 확인해야 합니다. 여름철 장 건강은 손 씻기와 충분한 가열, 조리도구 분리라는 기본수칙에서 지켜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