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장고에 보관한 식품은 비교적 안전하다고 생각하기 쉽다. 특히 치즈나 유제품은 개봉 전까지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여기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일부 세균은 낮은 온도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어, 냉장 보관만으로 식품 안전이 완전히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최근 미국에서 연성 치즈와 관련된 리스테리아 감염 사례가 조사되면서 임신부, 고령층, 면역저하자의 냉장식품 관리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는 2026년 6월 리케손·소프트 리코타 치즈와 관련된 리스테리아 감염 집단 발생을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CDC에 따르면 2026년 6월 3일 미국 메릴랜드주 소재 Clover Hill Dairy는 리케손·소프트 리코타 치즈를 회수했으며, 해당 제품을 먹거나 판매하거나 제공하지 말 것을 권고했다. 미국 식품의약국도 같은 제품에 대해 소비자와 판매자가 섭취·판매·제공을 중단해야 한다고 안내했다.
이번 사례가 중요한 이유는 리스테리아가 일반적인 식중독과 다르게 고위험군에게 심각한 질환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리스테리아 모노사이토제네스는 식품을 통해 감염될 수 있는 세균으로, 건강한 성인에게는 가벼운 위장 증상으로 지나갈 수 있지만 임신부, 65세 이상 고령층, 면역체계가 약한 사람에게는 침습성 감염으로 진행할 수 있다. CDC는 리스테리아 감염 고위험군으로 임신부, 고령층, 면역저하자를 제시하고 있으며, 연성 치즈와 생우유 제품이 더 높은 위험을 가질 수 있다고 설명한다.
리스테리아가 까다로운 이유는 냉장 환경에서도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점이다. 많은 식중독균은 낮은 온도에서 증식이 억제되지만, 리스테리아는 냉장 보관 중인 식품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다. CDC의 식품안전 자료에서도 리스테리아는 냉장 온도에서 자랄 수 있는 세균으로 설명되며, 특히 연성 치즈나 델리 식품처럼 바로 먹는 냉장식품에서 주의가 필요하다고 안내된다.
임신부가 특히 조심해야 하는 이유는 본인의 증상이 가볍게 지나가더라도 태아에게 더 큰 위험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임신 중 리스테리아 감염은 유산, 조산, 사산, 신생아 감염과 관련될 수 있다. 고령층과 면역저하자에게도 리스테리아는 단순 배탈이 아니라 혈류 감염이나 신경계 감염으로 진행할 수 있다. 발열, 근육통, 두통, 목 경직, 혼란, 균형 장애 같은 증상이 나타나면 최근 섭취한 식품과 리콜 여부를 함께 확인해야 한다.
가정에서는 냉장고 안 식품을 정기적으로 점검하는 습관이 필요하다. 유통기한이 남아 있더라도 리콜 대상 제품이라면 섭취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다. 연성 치즈, 비살균 유제품, 냉장 가공육, 훈제 수산물처럼 고위험군에게 문제가 될 수 있는 식품은 구매할 때 라벨과 살균 처리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특히 리케손, 리코타, 퀘소 프레스코와 같은 신선 연성 치즈는 제품 출처가 불분명하거나 보관 상태가 확실하지 않다면 더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
리콜 대상 식품을 보관했다면 단순히 버리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치즈가 닿았던 냉장고 선반, 용기, 도마, 칼, 식탁 표면을 깨끗하게 닦아야 한다. 포장재에서 흘러나온 액체나 부스러기가 다른 식품에 닿았을 가능성도 살펴야 한다. CDC와 FDA는 회수 제품을 먹지 말고, 판매하거나 제공하지 말며, 관련 식품이 닿은 공간을 세척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연성 치즈를 무조건 피해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핵심은 누가 먹는지, 어떤 제품인지, 어떻게 보관했는지를 함께 보는 것이다. 건강한 성인에게는 큰 문제가 되지 않을 수 있는 식품도 임신부나 고령층, 면역저하자에게는 위험도가 달라질 수 있다. 가족 중 고위험군이 있다면 냉장고에 오래 보관한 바로 먹는 식품, 개봉 후 며칠 지난 치즈, 출처가 불명확한 수제 유제품은 더 조심하는 것이 안전하다.
리스테리아 감염은 흔한 장염처럼 시작될 수 있지만, 취약한 사람에게는 전혀 다른 질환이 될 수 있다. 냉장고 안에 있다는 이유만으로 안전하다고 믿기보다 식품의 종류와 보관 기간, 리콜 여부를 함께 확인해야 한다. 식품 안전은 조리 순간에만 지키는 것이 아니라 구매, 보관, 섭취, 폐기까지 이어지는 생활 속 관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