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장 보관한 치즈나 가공식품은 비교적 안전하다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일부 세균은 낮은 온도에서도 살아남거나 증식할 수 있어 냉장고 안 음식도 무조건 안심할 수는 없다. 최근 미국에서 연성 치즈와 관련된 리스테리아 감염 조사와 리콜이 진행되면서, 임신부와 고령층, 면역저하자의 식품 안전 관리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와 식품의약국은 2026년 6월 리케손·소프트 리코타 치즈와 관련된 리스테리아 감염 집단 발생을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CDC는 2026년 6월 4일 기준 여러 주에서 리스테리아 감염 사례가 확인됐으며, 해당 치즈를 먹거나 판매하거나 제공하지 말 것을 권고했다. FDA도 Clover Hill Dairy가 생산한 리케손·소프트 리코타 치즈에 대해 회수 조치가 진행 중이라고 안내했다.
이번 리콜 제품은 미국 일부 지역에서 유통된 리케손 또는 소프트 리코타 형태의 연성 치즈다. FDA에 따르면 Clover Hill Dairy는 2026년 6월 3일 해당 제품을 자발적으로 회수했으며, 제품 라벨에서 공장 번호 24-128을 확인하도록 안내했다. CDC는 회수 제품을 먹지 말고, 판매하거나 제공하지 말며, 해당 치즈가 닿았을 수 있는 냉장고와 표면을 세척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리스테리아 감염증은 리스테리아 모노사이토제네스라는 세균에 의해 발생한다. 건강한 성인에게는 비교적 가벼운 위장 증상으로 지나갈 수 있지만, 특정 고위험군에서는 침습성 감염으로 진행해 심각한 결과를 낳을 수 있다. 메이오클리닉은 리스테리아 감염이 임신부, 65세 이상 고령층, 면역체계가 약한 사람에게 특히 위험할 수 있으며, 살균 처리되지 않은 유제품, 연성 치즈, 델리 미트 등이 오염 가능성이 높은 식품에 포함된다고 설명한다.
임신부가 특히 조심해야 하는 이유는 본인의 증상이 가볍더라도 태아에게는 더 큰 위험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리스테리아 감염은 임신 중 유산, 조산, 사산, 신생아 감염과 관련될 수 있다. 임신 중 갑작스러운 발열, 근육통, 오한, 설사 같은 증상이 있고 최근 고위험 식품을 섭취했다면 단순 장염으로만 넘기지 않는 것이 안전하다. 고령층과 면역저하자 역시 발열, 두통, 목 경직, 혼란, 균형 장애처럼 전신 증상이 나타나면 빠른 확인이 필요하다.
리스테리아가 까다로운 이유는 냉장 환경에서도 생존할 수 있다는 점이다. 많은 식중독균은 낮은 온도에서 증식이 억제되지만, 리스테리아는 냉장 보관 중인 식품에서도 문제가 될 수 있다. 따라서 유통기한이 남아 있더라도 리콜 대상 식품이거나 보관 과정이 불확실한 식품은 먹지 않는 것이 원칙이다. 특히 연성 치즈, 비살균 유제품, 냉장 가공육, 훈제 수산물, 오래 보관한 조리식품은 고위험군이 더 신중하게 선택해야 한다.
가정에서는 냉장고 관리가 중요하다. 리콜 대상 식품을 보관했다면 단순히 버리는 데서 끝나지 않고, 식품이 닿았던 선반과 용기, 도마, 칼, 식탁 표면을 세척해야 한다. 리스테리아는 다른 식품으로 교차오염될 수 있기 때문에 포장재에서 흘러나온 액체나 부스러기도 주의해야 한다. 냉장고 안에서 바로 먹는 식품과 조리 전 식재료를 분리하고, 개봉한 식품은 오래 두지 않는 습관이 필요하다.
연성 치즈를 무조건 피해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핵심은 살균 처리 여부와 보관, 유통 상태를 확인하는 것이다. 임신부나 고령층, 면역저하자는 비살균 우유로 만든 치즈나 출처가 불분명한 수제 치즈, 장기간 보관한 냉장식품을 피하는 편이 안전하다. 치즈를 구매할 때는 라벨과 제조 정보를 확인하고, 리콜 공지가 나온 제품은 환불 가능 여부와 관계없이 섭취하지 않아야 한다.
리스테리아 감염은 흔한 배탈처럼 시작될 수 있지만, 취약한 사람에게는 전혀 다른 질환이 될 수 있다. 냉장고 안에 있다는 이유로 안전하다고 믿기보다, 어떤 식품을 어떻게 보관했고 누가 먹는지를 함께 살펴야 한다. 특히 임신부와 고령층, 면역저하자가 있는 가정이라면 식품 리콜 소식에 더 민감하게 반응할 필요가 있다. 식품 안전은 조리할 때만 지키는 것이 아니라 구매, 보관, 섭취, 폐기까지 이어지는 생활 속 관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