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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게티이미지뱅크

도시 생활에 적응한 반려묘가 급격히 늘면서 고양이 행동장애가 주요 반려동물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외형상 건강해 보이더라도 좁은 실내 환경과 부족한 자극, 단독생활 등이 지속되면 행동 변화로 이어지는 사례가 확연히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 수의학계의 공통된 분석이다. 최근 동물병원에는 공격성 증가, 이유 없는 울음, 과도한 그루밍, 배변 실수 등 생활 속 문제 행동을 호소하는 보호자가 눈에 띄게 늘었다.

로잘린드 프랭클린 대학 등 해외 연구에서는 고양이가 자연 상태에서 하루 평균 50회 이상 탐색 행동을 보이는 데 반해, 실내 생활 고양이의 자발적 탐색 행동은 그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난 바 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환경적 결핍이 스트레스를 유발하고, 결국 문제 행동으로 표면화되는 과정이 반복된다고 설명한다. 특히 단독생활 비율이 높은 한국 도시 구조는 반려묘의 선택권을 제한하며 스트레스를 가중시키는 주요 요인으로 꼽힌다.

대형동물병원 행동의학팀에 따르면 최근 2~3년간 행동장애로 내원한 고양이 중 가장 흔한 유형은 과도한 그루밍이다. 원인을 찾기 어려운 피부병으로 오인되는 경우도 많지만, 진단을 거치면 대다수는 불안·영역 스트레스와 연관되어 있다. 보호자가 외출하면 멈추지 못하고 털을 뜯어내는 ‘분리불안형 그루밍’도 꾸준히 늘고 있다. 고양이의 배변장애 역시 대표적인 환경 스트레스 지표다. 화장실의 위치나 개수, 주변 소음, 화장실 청결도가 적절하지 않으면 고양이는 영역 불안을 느끼고 배변 장소를 갑자기 바꾸는 행동을 보이기도 한다.

서울 시내 한 동물병원 행동의학 전문 수의사는 고양이의 공격성 증가 사례에 대해 “고양이는 본능적으로 숨을 공간, 올라갈 공간, 영역을 확보할 공간이 필요하다”며 “협소한 주거 환경에서 활동 루트를 충분히 확보하지 못하면 작은 자극에도 과민한 반응이 나타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집 안에 캣타워와 은신처를 여러 개 배치하는 기본적인 환경 개선만으로도 행동 변화가 줄어드는 경우가 많다”라고 강조했다.

문제 행동을 단순한 ‘성격 문제’로 치부하면 상황은 더 악화될 수 있다. 환경 스트레스가 장기간 지속되면 식욕 저하, 면역력 감소, 구강질환 악화 등 신체적 문제까지 번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일부 고양이에게서는 장기간 스트레스가 염증성 장질환이나 만성 구토와 같은 내과적 질환으로 이어진 사례도 보고된 바 있다. 보호자와의 일상적 교감 부족도 문제를 키운다. 고양이가 스스로 문제를 표현하지 않는다는 오해 때문에 행동 변화를 지나치기 쉬워 조기 개입이 늦어지는 경우가 적지 않다.

전문가들은 실내 고양이에게는 ‘환경 풍부화’가 필수라고 말한다. 단순히 장난감을 제공하는 수준을 넘어, 하루 일정 시간의 사냥놀이, 창밖을 관찰할 수 있는 공간 확보, 캣닢·패브릭류 등 다양한 감각 자극을 제공해야 한다는 의미다. 행동의학 수의사들은 “실내 고양이는 자연 상태보다 최소 3배 이상의 환경 자극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물리적 공간이 제한된 아파트라 하더라도 가구 배치 변경, 수직 동선 확보만으로 행동장애 위험을 상당 부분 줄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만약 지속되는 공격성, 배변 문제, 과도한 털 뜯기 등 반복되는 행동 변화가 나타난다면 전문 상담이 권고된다. 행동의학 진료는 문제 행동의 원인을 스트레스, 의료적 질환, 환경 요인 등으로 구분해 접근한다. 간단한 환경 조정과 보호자 행동 코칭만으로도 확연한 호전을 보이는 사례가 많아 조기 진료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이 행동의학 전문의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고양이는 예민하고 섬세한 동물이다. 그래서 작은 환경 변화에도 큰 스트레스를 느낄 수 있다. 일상 속에서 보호자가 관찰을 조금만 더 늘리고, 집 안에 고양이를 위한 공간을 한곳이라도 더 배려한다면 문제 행동의 상당수는 예방할 수 있다. 도시 환경 속에서 살아가는 반려묘에게 필요한 것은 거창한 무언가가 아니라 자신만의 안전한 공간과 충분한 자극, 그리고 꾸준한 관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