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에 번진 나비 모양 발진, 며칠 만에 손끝까지 이어졌습니다
토요일 오후 한 여성이 카페 테라스에 앉아 두 시간 가까이 노트북 작업을 했습니다. 집으로 돌아와 씻으려 거울을 보니 코와 양쪽 뺨에 걸쳐 화끈거리는 붉은 발진이 나비 날개 모양으로 대칭적으로 번져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일시적인 홍조로 여기고 며칠을 지냈지만, 다음번 볕이 강한 외출 후 같은 자리에 발진이 다시 짙어졌습니다.
코와 양쪽 뺨에 걸쳐 대칭적으로 나타나는 이 발진을 나비 모양 발진(말라 발진)이라고 부릅니다. 전신홍반루푸스(SLE)에서 나타나는 대표적인 피부 증상 중 하나이며, 자외선에 노출된 뒤 악화되는 광과민성과 함께 나타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발진이 반복해서 나타난다는 것은 피부만의 문제가 아니라 몸속 면역체계가 자기 조직을 공격하고 있다는 신호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진료 과정에서는 얼굴 발진 하나를 보더라도 신장, 혈관, 혈액, 신경계까지 함께 확인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가장 먼저 확인하는 곳은 신장입니다. 면역복합체가 신장 사구체에 쌓이면서 루푸스신장염으로 이어질 수 있고, 초기에는 별다른 통증 없이 소변에 거품이 많아지거나 다리가 붓는 정도로만 나타나는 경우가 흔합니다. 이 때문에 소변 검사가 신장 상태를 확인하는 기본적인 방법으로 쓰입니다.
혈관과 심장도 예외가 아닙니다. 만성적인 염증이 혈관벽에 오래 이어지면 동맥이 굳어지는 속도가 빨라져 비교적 젊은 나이에도 심혈관 질환 위험이 높아질 수 있습니다. 심장을 둘러싼 막에 염증이 생기는 심낭염이 동반되면 가슴 답답함이나 흉통으로 나타나기도 합니다.
혈액에도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적혈구, 백혈구, 혈소판이 함께 줄어드는 경우가 있고, 혈액이 쉽게 굳는 항인지질항체증후군이 겹치면 임신 중 유산 위험이 높아질 수 있어 임신 계획이 있다면 관련 혈액 수치를 미리 확인해두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신경계 쪽으로는 두통, 집중력 저하, 기억력 저하 같은 증상이 동반되기도 하고, 손발끝이 차가운 곳에서 하얗게에서 파랗게 변하는 레이노 증상이 함께 나타나는 경우도 있습니다.
| 침범 부위 | 동반될 수 있는 변화 | 확인 방법 |
|---|
| 신장 | 소변 거품 증가, 다리 부종, 혈압 상승 | 소변 검사, 혈액 신장 기능 검사 |
| 심장·혈관 | 흉통, 두근거림, 조기 동맥경화 | 심전도, 혈액 지질 검사 |
| 혈액 | 빈혈, 혈소판 감소, 혈전 경향 | 혈액 세포 수 검사 |
| 신경계 | 두통, 집중력 저하, 손발끝 색 변화 | 신경학적 문진, 혈류 검사 |
면역체계의 이상조절은 한 가지 질환에만 머물지 않고 다른 자가면역질환과 함께 나타나는 경향이 있다는 점도 참고할 만합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자궁내막증이 면역 체계 이상조절과 연관되어 있으며, 루푸스·다발성경화증·염증성 장질환 등 다른 면역매개질환의 발생 빈도가 더 높다고 밝혔습니다.[1]
자외선이 유독 이 발진만 자극하는 이유
자외선, 특히 UVB는 피부 세포의 자연스러운 죽음(세포자연사)을 촉진합니다. 이 과정에서 세포 안에 있던 핵산 성분이 겉으로 드러나는데, 조절되지 않은 면역체계가 이 성분을 낯선 물질로 인식해 자가항체를 만들어내는 것이 광과민성 발진의 기본적인 기전입니다.
여기에는 유전적 소인, 여성 호르몬의 영향, 일부 광과민성을 일으키는 약물 복용 등이 함께 작용해 사람마다 자외선에 반응하는 정도가 다르게 나타납니다.
발진과 함께 살펴야 할 몸의 신호들
발진이 진행되면서 손가락과 손목 관절이 아침마다 붓고 뻣뻣해지거나, 입안에 통증이 거의 없는 궤양이 생기고, 정수리와 이마 쪽 머리카락이 눈에 띄게 얇아지는 변화가 함께 나타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일상 활동량에 비해 유독 피로가 심하다는 점도 자주 거론되는 특징입니다.
건선처럼 피부를 침범하는 다른 자가면역질환에서도 침범 범위와 중증도를 체계적으로 평가하는 기준이 마련되어 있습니다.
대한건선학회 판상건선 치료 전문가 합의(2023)는 침범 체표면적(BSA) 10% 초과이면서 PASI 10점 초과, PGA 3점 초과, 또는 삶의질지수(DLQI) 10점 초과일 때를 중등도-중증 건선으로 정의하며, PASI·BSA·PGA를 치료반응 판정 도구로 유용하다고 합의했습니다.[2]
나비 모양 발진도 마찬가지로 얼굴에만 국한되는지, 목과 팔까지 넓게 번지는지에 따라 침범 정도를 가늠해볼 수 있고, 이는 진료 시 중요한 관찰 포인트가 됩니다.
자외선 차단, 나에게 맞는 방법은 따로 있습니다
자외선차단제의 SPF는 UVB 차단 정도를, PA는 UVA 차단 정도를 나타내는 지표입니다. 야외 활동 중에는 2~3시간마다 덧바르는 것이 기본이며, 챙이 넓은 모자와 자외선 차단 의류를 함께 쓰면 효과가 더해집니다.
야외 활동이 많은 직업군이라면 SPF50+, PA++++ 제품과 자외선 차단 의류를 함께 쓰는 조합이 필요합니다. 반면 실내 근무 시간이 대부분이라면 창가로 들어오는 UVA까지 막아주는 필름과 SPF30 안팎의 가벼운 제품으로도 충분한 경우가 많습니다.
자외선에 의한 피부 염증 반응을 줄이는 성분에 대한 연구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사람의 피부에 EGCg(3mg/2.5cm²)를 도포한 뒤 4MED(최소 홍반량)의 UVB를 조사했을 때 백혈구 침윤, 마이엘로퍼옥시데이즈 활성, 홍반이 현저하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3]
다만 자외선 차단은 증상이 심해지는 것을 줄여주는 관리 방법일 뿐, 발진을 일으키는 면역 반응 자체를 없애주지는 않습니다. 흐린 날에도 자외선 지수가 높을 수 있어 해가 보이지 않는다는 이유로 차단을 건너뛰면 예상과 다르게 발진이 다시 짙어질 수 있습니다.
이런 변화가 보이면 진료를 미루지 않아야 합니다
발진 자체보다 다음과 같은 신호가 함께 나타날 때 전신을 살펴보는 진료가 필요합니다.
- 얼굴 발진이 2주 이상 가라앉지 않거나 목과 팔로 번지는 경우
- 손가락, 손목 관절이 아침마다 붓고 뻣뻣한 경우
- 원인을 알 수 없는 미열이 며칠씩 이어지는 경우
- 소변에 거품이 많아지거나 다리가 붓는 경우
- 손발끝이 추운 곳에서 하얗게, 파랗게 색이 변하는 경우
이런 신호가 동반되면 피부과나 류마티스내과에서 혈액검사(항핵항체 등)와 소변검사를 통해 원인을 확인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검사는 보통 문진과 피부 관찰 이후 혈액검사, 필요하다면 신장 기능 검사 순서로 진행됩니다.
발진을 둘러싼 질문들, 진료실에서 다시 짚어봅니다
본 콘텐츠는 일반적인 건강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하며, 의학적 진단·치료를 대신하지 않습니다. 증상이 있으면 의료진과 상담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