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압이 어디까지 떨어져야 이상 신호일까
누워 있다가 일어선 뒤 3분 안에 수축기 혈압이 20mmHg 이상, 또는 이완기 혈압이 10mmHg 이상 떨어지면 기립성저혈압으로 진단됩니다. 아침에 이불 밖으로 나오자마자 눈앞이 하얘지거나 방 안이 빙 도는 느낌을 겪었다면, 바로 이 기준에 해당하는 상황일 수 있습니다.

아침에 침대에서 일어나며 어지럼증을 느끼는 노인 여성 /사진=AI 생성 이미지
수축기 혈압 자체가 90mmHg 미만으로 내려가는 경우도 저혈압의 기준이 됩니다. 다만 혈압 숫자만으로 치료를 결정하지는 않으며, 어지럼이나 시야 흐림, 다리에 힘이 빠지는 느낌 같은 증상이 함께 나타날 때 의미를 둡니다. 혈압계로 숫자만 확인하고 끝내기보다 누운 자세와 선 자세 혈압을 모두 재보는 것이 진단의 첫걸음입니다.
질병관리청 자료를 보면 저혈압으로 진료를 받은 환자 수는 2010년 약 1만 6천 명에서 2024년 약 4만 7천 명으로 꾸준히 늘었습니다.[1]
증상이 반복되는 이유, 타이밍부터 다릅니다
같은 기립성저혈압이라도 혈압이 떨어지는 시점은 사람마다 다릅니다. 일어선 지 15초 안에 잠깐 떨어졌다가 금방 회복되는 유형, 3분 이내에 서서히 떨어지는 유형, 3분이 지나서야 늦게 떨어지는 유형으로 구분됩니다.

기립 시 뇌로 가는 혈류 변화를 보여주는 머리·목 혈관 해부도 /사진=AI 생성 이미지
대한부정맥학회 지침을 보면 기립 후 15초 이내 짧게 떨어지는 즉각형, 3분 이내 전형적으로 떨어지는 유형, 3분이 지난 뒤 늦게 떨어지는 지연형, 자율신경 기능이 저하된 상태에서 탈수나 약물 같은 유발요인이 더해져 생기는 유형으로 나눌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2]
탈수나 출혈처럼 혈액량 자체가 줄어든 경우, 심장이 혈액을 충분히 내보내지 못하는 심장질환, 혈압약·전립선약·항우울제 같은 약제의 영향, 자율신경이 혈관을 제때 수축시키지 못하는 자율신경 장애가 대표적인 원인으로 꼽힙니다.
원인이 겹쳐 있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혈압약을 먹는 고령층이 더운 날씨에 땀을 많이 흘리면 탈수와 약물 효과가 동시에 작용해 증상이 더 심해지는 식입니다. 아침에만 증상이 나타나는 이유도 밤새 소변으로 수분이 빠져나가 혈액량이 가장 적은 시점이기 때문입니다.
치료, 어디서부터 시작할까 — 선택지 비교
증상 기준을 확인했다면 다음 질문은 치료를 어디서부터 시작하느냐입니다. 치료는 크게 생활습관 교정, 원인 약물 조정, 증상 완화 약물 세 단계로 나눌 수 있고, 증상의 빈도와 일상생활 지장 정도에 따라 시작점이 달라집니다.

정상 혈류와 달라진 혈류를 좌우로 비교한 혈관 그림 /사진=AI 생성 이미지
증상이 기상 직후 1~2분에만 짧게 나타나고 일상생활에 큰 지장이 없다면 생활습관 교정을 먼저 3~4주 시도해보는 쪽이 맞습니다. 반면 하루에도 여러 차례 어지럼이 반복되거나 넘어질 뻔했거나 실신한 적이 있다면 약물 치료를 함께 검토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다만 미도드린 같은 약은 누워 있는 동안 혈압이 오히려 과도하게 오를 수 있어 취침 4시간 이내 복용은 피하는 것이 일반적이며, 생활습관 교정만으로는 증상이 완전히 사라지지 않아 기대와 다른 경과를 보이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흔히 잘못 알고 있는 것들
저혈압 수치가 나오면 혈압이 낮을수록 심혈관에 더 좋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하지만 어지럼이나 실신을 동반하는 저혈압은 혈압이 높은 경우와 마찬가지로 조절이 필요한 상태입니다.

혈압계와 약병, 물컵을 정돈해 놓은 정물 사진 /사진=AI 생성 이미지
어지럼증을 빈혈로 단정해 철분제를 따로 구입해 복용하는 경우도 흔합니다. 혈액검사에서 헤모글로빈이 정상인데도 서면 혈압이 떨어지는 사람에게는 철분제가 증상을 줄여주지 못합니다.
혈압약을 복용 중이면 저혈압과는 상관없다고 여기는 경우도 많지만, 실제로는 혈압약 자체가 기립성저혈압을 유발하는 대표적인 원인 중 하나입니다. 복용 중인 약과 증상 발생 시점을 함께 기록해두면 원인 파악에 도움이 됩니다.
진료가 필요한 시점은 언제일까
대부분은 생활습관 조정으로 호전되지만, 다음과 같은 상황에서는 진료를 통해 원인을 확인할 필요가 있습니다.

진료실에서 팔에 혈압 커프를 감는 검사 장면 /사진=AI 생성 이미지
- 어지럼과 함께 의식을 잃거나 눈앞이 완전히 깜깜해진 적이 있는 경우
- 하루에 여러 번, 또는 일주일에 3회 이상 증상이 반복되는 경우
- 어지럼으로 넘어져 다치거나 다칠 뻔한 경우
- 복용 중인 약을 바꾼 뒤부터 증상이 심해진 경우
- 어지럼과 함께 가슴 두근거림이나 흉통이 동반되는 경우
특히 낙상으로 응급실을 찾는 고령층일수록 기립성저혈압이 숨은 원인으로 확인되는 비율이 높은 편이어서, 혼자 사는 고령 가족이 반복적으로 휘청인다고 말한다면 가볍게 두지 말고 혈압 변화를 함께 확인해보는 것이 좋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