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닉값 못 하고 있는 달리기시작입니다. 이름은 달리기시작인데 정작 시작만 20번쯤 했던 것 같네요. 원래 하루 종일 앉아서 코딩하는 직업이라 목은 늘 앞으로 빠져 있고, 어깨는 기본 장착된 짐짝 느낌인데, 어느 날 사진 찍힌 거 보고 좀 충격 먹었습니다. 배도 배인데 자세가 너무 처참하더라고요. 그래서 “이번엔 진짜 감량한다” 하고 식단 앱 깔고 홈트 영상 저장하고 운동화까지 꺼냈는데, 결과적으로는 체중보다 자괴감만 더 늘었습니다.
제일 크게 망한 이유는 너무 개발자답게 접근한 거였어요. 운동을 한 게 아니라 다이어트를 설계함. 칼로리 계산표 만들고, 주간 루틴 짜고, 공복 유산소 효율 검색하고, 단백질 섭취량 엑셀로 정리하고… 근데 정작 몸은 안 움직였습니다. 퇴근하고 집 오면 목이랑 승모가 이미 굳어 있어서 “오늘은 자세 안 좋으니까 쉬고 내일부터 제대로 하자” 이 패턴 반복. 그렇게 쉬는 날이 쌓이니까 홈트 매트는 운동기구가 아니라 방 바닥 장식이 됐고요. 이상하게 계획은 완벽한데 몸은 점점 무거워지더라고요.
식단도 극단적으로 갔다가 폭망했습니다. 평일엔 닭가슴살, 계란, 샐러드로 버티다가 야근 한 번 터지면 밤 11시에 라면이랑 편의점 삼각김밥으로 반격했어요. 뇌는 버그 잡았는데 입이 폭주하는 느낌. 한 번은 “오늘 망했으니 주말부터 다시” 했다가 그 주말에 치킨, 떡볶이, 아이스크림 콤보 맞고 다시 월요일만 기다렸습니다. 문제는 체중보다 몸 상태였어요. 무리해서 버피 같은 거 따라 하니까 목이랑 허리까지 불편해져서, 저 같은 거북목 있는 사람은 운동 종류를 좀 더 신중하게 골라야 도움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금 돌이켜보면 실패 원인은 의지가 약해서라기보다, 너무 한 번에 사람을 갈아끼우려 한 거 같아요. 생활이 앉아 있는 시간 위주인데 갑자기 운동하는 사람처럼 굴려고 하니까 계속 튕겨나갔달까. 요즘은 차라리 체중 숫자보다 매일 걷기, 짧은 스트레칭, 야식 줄이기부터 다시 잡아보는 중입니다. 혹시 저처럼 앉아 있는 시간 길고 목 뻐근한 사람들은 홈트 어떤 식으로 시작하셨나요? 유산소 먼저가 나았는지, 가벼운 근력부터 들어가는 게 나았는지 좀 궁금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