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비뇨의학과는 갈 일 없을 줄 알았거든요. 집사 인생이 다 그렇듯 고양이 소변 상태는 맨날 체크하면서 정작 제 몸은 미뤘다가, 화장실 갔다 와도 시원하지가 않은 게 계속 남아서 결국 갔어요. 참다가 가면 더 민망해질 것 같아서요 ㅠㅠ 근데 접수하는 순간부터 괜히 내가 엄청 심각한 사람 된 것 같고, 대기실에서는 다들 태연한데 저만 혼자 어색해서 물만 홀짝홀짝 마심...

저는 검사 자체보다 그 전 시간이 더 힘들었어요. 소변검사 먼저 하고, 이것저것 묻는데 평소 배뇨 습관 말하는 게 왜 이렇게 쑥스럽죠 ㅋㅋ 횟수 몇 번인지, 자다가 깨는지, 잔뇨감 있는지 이런 거요. 머리로는 그냥 진료인데 입으로 말하려니까 괜히 작아짐. 특히 “시원하게 비운 느낌이 드세요?” 이 질문에서 순간 멈춤... 아니 그걸 이렇게 정면으로 물으신다고요 싶어서요.

검사 들어갔을 때는 긴장해서 몸에 힘이 너무 들어갔나 봐요. 간호사분이 힘 빼라고 몇 번이나 말해주셨는데 그게 말처럼 되나 ㅠㅠ 차갑고 낯선 느낌 딱 오는 순간 아 이건 진짜 다시는 하고 싶지 않다 싶었어요. 아픈 것도 아픈 건데, 몸이 내 몸 같지가 않은 그 이상한 기분이 제일 싫었음. 시간 길지 않았는데 체감은 엄청 길었고, 천장만 보고 버텼어요. 집에서 애들 병원 데려갈 때 “조금만 참자” 하던 집사가 정작 제가 제일 난리였네요.

끝나고 설명 들으니까 별거 아닐 수도 있다, 관리하면서 보자 이런 얘기였는데 저는 그 말보다 일단 끝났다는 안도감이 더 컸어요. 검사 전까지는 별생각 없이 버텼는데, 받고 나니까 왜 진작 안 왔지 싶더라고요. 괜히 상상으로 키운 공포가 절반은 됐던 듯. 그래도 다시 받으라면 음... 솔직히 도망가고 싶긴 해요 ㅋㅋ 진료실 문 앞에서 괜히 한 번 더 심호흡했던 거 아직도 기억나요.

그날 집 와서 애들 밥 주는데 애들이 평소처럼 야옹거리니까 갑자기 좀 살겠더라구요. 별 얘기 아닌데, 검사라는 게 몸보다 멘탈을 더 탈탈 털어가는 날이 있잖아요. 저한텐 딱 그날이었어요. 창피하고 긴장되고 별별 생각 다 했는데, 지나고 보니 그냥 겪은 하루다 싶어요. 아 근데 그 차가운 느낌은 진짜... 아직도 생각하면 어깨 올라감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