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약품 CSO 영업 시작했을 때는 솔직히 말빨 좋고 사람만 잘 만나면 되는 줄 알았어요. 근데 막상 뛰어보니까 그런 거보다 더 중요한 게 멘탈이더라고요. 아침부터 종로 쪽 ○○내과 몇 군데 돌고, 오후엔 강서 ○○정형외과 갔는데 하루 종일 제대로 말도 못 붙이고 나온 날도 있었어요. 원장님 바쁘면 10초 안에 끝나고, 실장님 선에서 막히면 자료만 놓고 나와야 하니까요. 처음엔 “내가 뭘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었는데, 이 일은 잘난 척하는 순간 바로 티 나고 바로 잘려요. 결국 꾸준히 얼굴 비추고, 약속한 건 지키고, 괜히 아는 척 안 하는 사람이 오래 가더라고요.
제일 기억나는 건 지방 쪽 ○○병원 거래처 하나였어요. 초반에는 반응이 괜찮아서 저도 좀 들떴죠. 근데 한 번은 재고 얘기 확인도 덜 된 상태에서 성급하게 말 꺼냈다가 실장님한테 바로 한소리 들었어요. 그날 알았어요. 이 바닥은 말 잘하는 사람보다 말 함부로 안 하는 사람이 낫다는 거. 특히 제품 이야기할 때 효과를 세게 단정해서 말하면 오히려 신뢰만 깎여요. 필요한 상황에서 도움이 될 수 있어요 정도로 조심해서 설명하는 게 맞고, 모르면 확인하고 다시 말하는 게 훨씬 낫더라고요. 괜히 급해서 포장하면 나중에 다 돌아옵니다.
그리고 영업한다고 다 술자리, 인맥빨로 해결되는 것도 아니었어요. 오히려 병원마다 원하는 게 다 달라서, 어떤 곳은 빠른 피드백을 더 보고, 어떤 곳은 귀찮게 안 하는 걸 더 좋아했어요. 그래서 저는 요즘 신규 들어오는 분들 보면 “열심히만 하지 말고 눈치도 같이 키우세요”라고 말해요. 하루에 많이 도는 게 중요한 날도 있지만, 한 군데를 가더라도 상대가 뭘 불편해하는지 보는 게 더 도움 될 수 있어요. 괜히 감정 상해서 “여긴 나를 무시하네” 이러면 오래 못 갑니다. 이 일 해보신 분들 공감하실지 모르겠는데, 결국 버티는 사람은 센 사람이 아니라 적당히 털고 다음 일정 가는 사람이더라고요. 다들 현장에서 제일 힘들었던 순간 뭐였나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