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원 초반에 제일 많이 착각하시는 게, 거래처는 그냥 제일 싼 데 쓰면 끝이라는 거더라고요. 근데 현장은 그렇게 안 굴러갑니다. 약이든 소모품이든 장비든 한 번 꼬이기 시작하면 단가 몇 푼 아낀 거 바로 날아가요. 그날 진료 돌아가야 되는데 물건 안 들어오죠, 담당자는 전화 안 받죠, 직원분은 데스크에서 표정 굳죠 ㅠㅠ 그때부터 병원 분위기 확 바뀝니다.
제가 바깥에서 오래 뛰어보니까요, 결국 남는 데는 비상 때 뛰어오는 거래처 붙잡은 곳이더라고요. 평소엔 다들 웃으면서 잘합니다. 근데 진짜 실력은 오후 5시 40분쯤 터져요 ㅋㅋ 급하게 뭐 하나 비면 “내일 드릴게요” 하는 쪽이 있고, 어떻게든 구해서 마감 전에 꽂아주는 쪽이 있어요. 개원가는 그 한 번으로 거래처 갈립니다. 진짜예요.
원장님들은 숫자로 판단하시는데, 실장은 사고 안 나는 쪽을 기억합니다. 이게 꽤 커요. 병원은 원장님 혼자 굴리는 데가 아니잖아요. 직원들이 “저 업체는 말하면 바로 와요” 이 한마디 하면 단가 조금 비싸도 계속 갑니다. 반대로 처음에 싸게 들어와서 몇 번 삐끗하면요, 뒤에서 이미 정리 들어간 거예요. 겉으론 티 안 나도요.
그래서 개원 초반엔 견적표보다 사람부터 보셔야 돼요. 말 빠른 사람 말고, 사고 났을 때 민망해하면서도 끝까지 수습하는 사람요. 이 바닥은 결국 제품보다 대응이 먹힙니다. 다들 가격 얘기만 크게 하는데, 솔직히 오래 가는 건 거기 아닙니다. 제가 맨날 현장에서 보는 게 그거라서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