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만 그런지 모르겠는데 퇴근하고 집에 와도 일이 끝난 느낌이 안 들더라고요. 몸은 분명 소파에 앉아 있는데 머리는 아직 병원 복도 돌고 있고, 오늘 했던 말 하나, 못 들은 뉘앙스 하나, 괜히 길게 끈 통화 하나가 계속 다시 재생돼요. CSO 영업 하다 보면 숫자도 숫자인데 사람 상대하는 피로가 은근 오래 남잖아요. 낮에는 괜찮은 척 넘겼던 것도 밤 되면 갑자기 ‘내가 그때 저 말은 하지 말 걸 그랬나’ 이런 생각으로 커지고요.

예전엔 이걸 의욕이라고 착각했어요. 집 가서도 일 생각하면 내가 성실한 줄 알았죠. 근데 솔직히 말하면 그거 성실이라기보다 정리가 안 된 상태로 하루를 끌고 오는 경우가 많았어요. 특히 거래처 반응 애매했던 날, 목표 못 채운 주, 사람한테 기분 상한 날은 더 심했고요. 머릿속에서 계속 회의하는데 결론은 안 나요. 그러다 잠도 애매하게 자고 다음날 예민해지고, 또 말 꼬이고. 악순환이더라고요.

그래서 요즘은 퇴근 전에 일부러 끊고 옵니다. 거창한 거 아니고 메모장에 딱 세 줄만 적어요. 오늘 찝찝했던 거, 내일 바로 확인할 거, 지금은 더 생각해도 답 안 나오는 거. 이걸 적어놓으면 최소한 머리가 “내가 이걸 잊는 건 아니구나” 하고 조금 놔주는 느낌은 있더라고요. 그리고 집에서는 진짜 일 복기 오래 안 하려고 해요. 냉정하게 말하면 밤 11시에 떠올린 명답변, 다음날 가면 별 도움 안 될 때 많습니다. 그 시간에 자는 게 차라리 도움이 될 수 있어요.

혹시 저처럼 퇴근 후에도 머리 안 꺼지는 분들 있나요? 운동, 산책, 술, 유튜브 다 해봐도 결국 생각이 다시 올라오는 날이 있던데 다들 어떻게 끊으세요. 저는 요즘 “지금 생각한다고 해결되나” 이 질문을 스스로 던져보는데, 생각보다 이게 현실적으로 좀 먹히더라고요. 우리 일 특성상 멘탈 방치하면 티 안 나게 오래 가는 것 같아서, 다들 자기 방식 하나쯤은 만들어두는 게 도움이 될 수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