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여름밤이에요. 임상에서 15년 정도 버티다 보니 후배들은 “선배쌤 정도면 이제 안 흔들릴 것 같다”고 하는데, 솔직히 꼭 그렇진 않더라고요. 오히려 연차가 쌓일수록 연차대로 고민이 더 복잡해졌어요. 예전엔 힘들면 그냥 “다른 병원 알아볼까” 정도였는데, 지금은 급여나 근무표만 볼 수가 없어요. 내가 여기서 쌓아온 신뢰, 익숙한 팀 분위기, 후배들 교육하는 보람 같은 것도 같이 걸려 있으니까요.
저도 몇 년 전엔 진지하게 이직 생각한 적 있었어요. 업무량은 많은데 감정 소모까지 겹치니까, 퇴근하고 나면 몸보다 마음이 먼저 닳는 느낌이더라고요. 그때는 내가 병동이 싫은 건지, 지금 일하는 방식이 지친 건지 구분이 잘 안 됐어요. 그런데 막상 조금 떨어져서 보니까 “이직”이 답일 수도 있지만, “휴식이 먼저”인 경우도 있더라고요. 연차를 쓰고 숨 고를 시간을 만드는 것만으로도 생각이 꽤 정리될 수 있어요. 물론 모든 상황에 다 맞는 건 아니지만, 감정이 가장 올라와 있을 때 퇴사부터 결정하면 후회가 남을 수 있겠다는 생각은 들었어요.
제 기준에서는 세 가지를 꼭 적어봤어요. 첫째, 지금 내가 힘든 이유가 사람 때문인지, 시스템 때문인지, 체력 때문인지. 둘째, 이직하면 해결될 문제인지, 그냥 장소만 바뀌는 건지. 셋째, 내가 1년 뒤 원하는 생활이 뭔지. 의외로 “병원이 싫다”가 아니라 “교대가 너무 버겁다”, “관리 업무가 안 맞는다”, “인정받지 못하는 느낌이 크다”처럼 더 구체적으로 보일 때가 있었어요. 그렇게 정리하고 나면 이직 준비를 하더라도 덜 흔들리고, 남기로 하더라도 그냥 참는 느낌이 아니라 선택했다는 마음이 들 수 있어요.
혹시 요즘 연차 쓸까, 이직할까 사이에서 계속 마음 왔다 갔다 하시는 분들 계신가요? 저는 무조건 버티라는 쪽도 아니고, 무조건 나오라는 쪽도 아니에요. 다만 너무 지친 상태에서는 판단이 흐려질 수 있으니, 가능하면 짧게라도 쉬면서 내 상태부터 점검해보시면 도움이 될 수 있어요. 다른 선생님들은 연차 오래 쌓인 뒤에 이직 고민 왔을 때 어떤 기준으로 결정하셨는지 궁금하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