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오래 일하면 다 무뎌질 거라고들 하잖아요. 저도 15년쯤 하면 웬만한 일엔 흔들리지 않을 줄 알았어요. 그런데 막상 지금도 제일 힘든 건 일이 많아서라기보다, 사람 마음이 겹쳐 있는 상황들이에요. 보호자는 불안하고, 환자는 예민하고, 신규는 울기 직전이고, 중간연차는 지쳐 있고, 위에서는 빨리 정리해 달라고 하고요. 그 사이에서 수간호사라는 자리는 뭘 먼저 붙잡아야 하나 싶을 때가 많아요.

특히 제일 솔직하게 말하면, 감정까지 관리해야 하는 게 제일 버겁더라고요. 업무는 체크리스트라도 있는데, 사람 사이 분위기는 수치로 보이는 게 아니니까요. 누군가는 “선생님이니까 중심 잡아야죠” 하는데, 저도 결국 같은 사람이잖아요. 밤 근무 끝나고 돌아가면서 “내가 저 말을 조금 다르게 했어야 했나” 곱씹는 날도 아직 있어요. 오래 했다고 해서 상처를 덜 받는 건 아니고, 오히려 상황이 더 많이 보여서 더 피곤한 날도 있는 것 같아요.

그리고 후배들 앞에서는 늘 단단해 보여야 할 것 같은 부담도 있어요. 요즘 신규들 보면 예전보다 약해서가 아니라, 버텨야 하는 환경이 너무 빡빡해진 느낌이 들어요. 그래서 혼내는 것보다 설명하고 달래는 쪽을 택하게 되는데, 그러다 보면 제 몫의 피로가 뒤로 밀리더라고요. 환자 안전도 챙겨야 하고, 팀 분위기도 봐야 하고, 민원도 막아야 하고요. 가끔은 “내가 잘하고 있는 건가, 그냥 버티고만 있는 건가” 싶을 때가 있어요.

그래도 이런 얘기는 현장 사람들끼리는 좀 솔직하게 해도 되지 않나 싶어서 적어봐요. 다들 비슷한 순간 있으셨나요? 오래 일한 분들은 어느 시점부터 조금 덜 힘들어지셨는지 궁금하고, 중간관리자 역할 맡고 계신 분들은 감정 소진을 어떻게 넘기시는지도 듣고 싶네요. 뾰족한 답은 없겠지만, 서로 얘기 나누는 것만으로도 조금은 도움이 될 수 있을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