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여름밤이에요. 15년 넘게 병동에 있다 보니 퇴근하고 집에 와서도 머릿속이 조용해지지 않는 날이 있더라고요. 분명 인계 다 하고 나왔는데도 “그 환자 바이탈 다시 한번 봤어야 했나”, “보호자 말투가 계속 걸리네”, “내가 너무 날카롭게 말했나” 이런 생각이 줄줄이 따라와요. 몸은 집에 왔는데 마음은 아직 스테이션에 남아 있는 느낌이랄까요. 특히 바쁜 날이나 예상 못 한 상황이 있었던 날은 더 심했어요.

예전에는 그걸 그냥 책임감이라고만 생각했는데, 오래 겪어 보니 꼭 좋은 방식의 책임감만은 아니더라고요. 계속 붙잡고 있으면 다음 날 회복이 안 되고, 사소한 말에도 더 예민해질 수 있어요. 저는 어느 순간부터 퇴근 직전 5분을 일부러 정리 시간으로 썼어요. 오늘 제일 걸리는 일 1개, 잘한 일 1개만 머릿속으로 딱 정리하고 나오니까 조금 덜 끌고 오게 되더라고요. 집에 와서는 씻고 나서 휴대폰 메모장에 생각나는 걸 한두 줄 적고, “여기까지는 오늘 근무에서 끝” 하고 선을 긋는 연습도 해봤어요. 완전히 없어지진 않아도 좀 숨통이 트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어요.

그리고 의외로 “내가 왜 이렇게까지 생각하지?” 하고 스스로를 다그치면 더 안 풀리더라고요. 그럴 땐 그냥 아, 오늘은 내가 긴장 많이 했구나, 마음이 아직 근무 중이구나 하고 인정하는 게 오히려 빨랐어요. 쉬는 것도 기술이 필요한 것 같아요. 어떤 분은 퇴근길에 음악 듣는 게 낫고, 어떤 분은 집 도착 전에 카페에 10분 앉아 있다가 들어가는 게 낫더라고요. 저는 조용한 길로 조금 돌아가는 쪽이 맞았어요. 다들 각자 맞는 퇴근 의식 같은 게 있으면 꽤 도움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혹시 여기 계신 선생님들도 퇴근 후에 병동 생각이 계속 맴도는 편이신가요? 특히 실수는 아닌데 자꾸 되짚게 되는 날들, 어떻게 끊어내시는지 궁금해요. 그냥 시간이 지나면 나아지는 건지, 아니면 각자 루틴이 있으신지요. 오래 일했어도 이런 부분은 아직도 배우는 중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