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실 오래 있으면 퇴근이 퇴근이 아니더라고요. 유니폼 갈아입고 집에 와도 머릿속은 계속 그 자리에 남아 있어요. 오늘도 별일 없이 끝난 줄 알았는데, 씻다가 갑자기 아까 그 보호자 표정이 생각나고, 누가 더 빨리 봐줬어야 했던 거 아닌가 싶고, 내가 한 말투가 너무 딱딱했나 싶고요. 솔직히 말하면 몸보다 생각이 더 안 꺼져요. 피곤해서 죽겠는데 잠은 또 바로 안 와요.

특히 정신없는 날은 더 심해요. 벨 소리, 모니터 소리, 뛰어다니던 발소리 같은 게 조용한 집에서도 계속 남아 있는 느낌이랄까. 누워 있으면 갑자기 하나씩 복기하게 돼요. 그때 그 처치 순서 괜찮았나, 놓친 건 없었나, 내가 괜히 예민하게 굴진 않았나. 남들은 “퇴근했으면 잊어”라고 쉽게 말하는데, 그게 되면 애초에 이렇게까지 안 끌고 오죠. 일에 책임감 있는 사람일수록 더 그런 것 같아요. 물론 이게 계속되면 지치는 속도도 빨라질 수 있어요.

저는 그래서 집 와서 일부러 아무 소리나 틀어놔요. 너무 조용하면 생각이 더 커져서요. 뜨거운 물로 샤워 빨리 하고, 밥은 대충이라도 씹히는 걸 먹고, 휴대폰 붙잡고 또 일 관련 검색은 안 하려고 합니다. 완벽하게 풀리진 않아도 조금은 끊어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어요. 근데 진짜 문제는, 하루 이틀이 아니라 계속 쌓일 때예요. 멀쩡한 척은 하는데 어느 순간 사소한 말에도 짜증 올라오고, 쉬는 날에도 쉬는 기분이 안 들더라고요.

여기 계신 분들 중에도 퇴근 후에 생각 안 멈추는 사람 있죠? 다들 어떻게 끊어요? “시간 지나면 괜찮아진다”는 말은 많이 들었는데, 저는 그 시간이 생각보다 길더라고요. 버티는 것도 실력이라지만, 그냥 버티기만 하면 안 되는 시점도 있는 것 같아요. 나만 이런가 싶어서 적어봤어요. 좀 직설적으로 말하면, 일은 끝났는데 머릿속 당직은 안 끝난 느낌입니다. 진짜 이거, 다들 어떻게 정리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