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잠이 너무 망가져서 정신건강의학과 처음 다녀왔어요. 그냥 며칠 못 잔 정도가 아니라 누워 있어도 머리가 안 꺼지고, 자도 중간에 몇 번씩 깨고, 낮에는 멀쩡한 척하는데 집중이 아예 안 되더라고요. 영양제 쪽 이것저것 따져보는 편이라 마그네슘이니 테아닌이니 수면에 좋다는 건 나름 건드려봤는데, 솔직히 그 단계는 이미 지난 느낌이었음 ㅠㅠ 버티는 걸로 해결될 게 아니겠다 싶어서 갔어요.
가기 전에는 좀 쫄렸어요. 괜히 내가 너무 예민한 사람처럼 보일까 봐. 근데 막상 들어가니까 의사 선생님이 엄청 담백하게 물어보더라고요. 언제부터 그랬는지, 잠드는 데 얼마나 걸리는지, 새벽에 깨는지, 식욕은 어떤지. 되게 기본적인 질문인데 그걸 하나씩 대답하다 보니까 제가 생각한 것보다 상태가 길게 이어졌다는 걸 그 자리에서 알았어요. 혼자 있을 때는 그냥 “요즘 컨디션 안 좋네” 정도로 뭉개고 있었거든요.
제일 인상적이었던 건 이상하게 위로받는 느낌보다는, 상태를 숫자처럼 확인받는 느낌이 좀 들었다는 거예요. 감정적으로 토닥여준다기보다 “이 정도면 진료 보러 온 거 맞다” 이렇게 체크해주는 느낌. 저는 그게 오히려 편했어요. 괜히 마음가짐 얘기 길게 하는 것보다, 지금 수면이 어떻게 망가졌고 생활이 얼마나 흔들리는지 팩트로 짚어주는 게 덜 부담됐음. 약 얘기도 했는데, 겁먹을 정도로 과장해서 말하지 않고 가능성만 차분히 설명해줘서 좀 안심됐고요.
다녀오고 나서 느낀 건, 내가 참 오래 미뤘다는 거예요. 몸 아프면 내과 가는 걸 이렇게 고민 안 할 텐데 이상하게 정신과는 계속 뒤로 미루게 되더라고요. 막상 가보니까 엄청 극적인 일도 없었고, 인생 통째로 해석당하는 분위기도 아니었어요. 그냥 지금 내가 좀 무너진 부분을 확인하고, 어디서부터 손봐야 하는지 보는 자리였어요. 개인적으로는 괜히 혼자 견디면서 검색만 하는 시간 줄였으면 덜 지쳤겠다 싶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