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황장애로 치료 시작한 지 2년쯤 됐어요. 처음엔 약 먹는다는 것 자체가 좀 무서웠어요. 내가 진짜 많이 망가진 건가 싶기도 했고, 혹시 평생 못 끊는 거 아닌가 걱정도 했고요. 근데 막상 몇 달 지나고 나니까 드라마틱하게 사람이 바뀌었다기보단, 내가 무너지던 속도가 조금 느려졌다는 느낌이 제일 먼저 들었어요. 예전에는 심장 한번 철렁하면 바로 끝까지 치닫는 식이었는데, 약 먹고 나서는 그 사이에 아주 짧게라도 숨 돌릴 틈이 생기더라고요.
제일 크게 변한 건 불안이 아예 없어졌다기보다, 불안이 와도 예전처럼 100으로 폭주하지는 않는다는 점이었어요. 지하철, 미용실, 사람 많은 곳 같은 데서 여전히 긴장될 때는 있는데, 예전엔 몸이 먼저 난리 났다면 지금은 “아 또 오네” 하고 알아차릴 수 있는 정도가 됐어요. 그 차이가 생각보다 컸어요. 약이 저를 완전히 낫게 해줬다 이런 말은 못 하겠는데, 적어도 일상으로 다시 들어가는 발판은 돼줄 수 있었어요.
대신 아쉬운 점도 있었어요. 초반엔 멍한 느낌, 잠이 애매하게 쏟아지는 느낌이 있었고, 감정이 좀 평평해진 것 같아서 이것도 맞는 건가 싶었어요. 그래서 약만 먹으면 다 해결될 줄 알았던 기대는 좀 내려놨던 것 같아요. 결국 생활패턴이랑 수면, 카페인 줄이는 거, 내가 힘들어지는 상황을 미리 파악하는 게 같이 가야 조금 안정되더라고요. 약은 바닥을 받쳐주는 역할은 할 수 있어도, 위에 쌓는 건 결국 내가 해야 하는 느낌이었어요.
지금은 예전보다 “또 발작 오면 어떡하지” 그 생각에 하루를 다 뺏기진 않아요. 그게 저한테는 엄청 큰 변화였어요. 완치했다 이런 말은 아직 못 하겠지만, 적어도 예전의 저처럼 약 시작하는 거 자체가 무서운 분들한텐 너무 겁먹지 말라고는 말하고 싶어요. 물론 사람마다 반응은 다를 수 있어서 맞는 약 찾는 과정이 필요할 수도 있고요. 혹시 여기 계신 분들은 1년 넘게 복용하면서 어느 시점에 제일 달라졌다고 느끼셨어요? 저는 오히려 초반보다 6개월 지나고부터 조금씩 체감됐던 것 같아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