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저는 뭐 하나 결정도 잘 못하는 사람이거든요. 마트 가서 두부 하나 사는 것도 한참 보고 고르는 편인데, 애 입양은 진짜 제가 해도 되나 싶었어요. 데려오고 나서도 잘한 건지 아닌지 며칠 내내 머리 아프게 고민했어요. 얘가 낯설어하고 밥도 시원하게 안 먹으니까 괜히 저만 더 쪼그라들고요.
근데 이상한 게, 애가 아프고 나서 제 생활이 완전 바뀌었어요. 입양 전에는 제가 몸이 좀 피곤해도 대충 넘기고, 병원도 미루고, 뭐든 내일 하지 뭐 이랬는데요. 얘는 한 번 토하고 설사 비슷하게 하면 그날부터 제 머릿속이 그것만 돌아가요. 변 상태 보고 사진 찍어놓고, 사료 바꾼 날짜 적어놓고, 물 얼마나 마셨는지 괜히 그릇 눈금까지 보게 되더라고요. 제가 이렇게까지 꼼꼼한 사람인 줄 몰랐어요.
특히 제일 크게 변한 건 잠버릇이었어요. 원래 누우면 그냥 자는 편이었는데, 요즘은 새벽에도 벌떡 깨서 애 숨소리 듣고 있어요 ㅋㅋ 좀 과한가 싶어도 못 멈추겠더라고요. 배에서 꼬르륵 소리만 나도 어? 또 속 안 좋은가 싶고, 화장실 갔다 나오면 확인부터 하게 되고요. 솔직히 좀 지치는데도, 또 그걸 안 하면 더 불안해요. 이게 정상이 맞나 싶을 정도로요.
주변에서는 입양하면 애가 변하는 줄만 알았는데 저는 제가 변했어요. 원래는 걱정만 많고 행동은 느린 사람이었는데, 얘 일은 바로 움직여요. 병원 예약도 바로 하고, 사료도 성분표 보고 고르고, 간식 하나도 그냥 못 줘요. 귀찮다기보다 무서운 쪽에 가까운 듯해요. 얘 어디 아프게 만들까 봐. 그런 마음이 계속 있으니까 전보다 하루하루를 더 신경 써서 살게 되긴 했어요.
그래서 가끔은 제가 애를 키우는 건지, 애가 저를 사람답게 만드는 건지 모르겠어요. 입양 전의 저는 대충 살았는데 지금은 대충을 못 하겠네요. 좋은 건지 힘든 건지 아직도 잘 모르겠어요 ㅠㅠ 근데 확실한 건, 예전의 저로는 못 돌아갈 것 같아요. 얘 배변 하나에 하루 기분이 왔다 갔다 하는 사람 돼버렸거든요 ㅋㅋ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