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보다 물을 자주 마시는데도 갈증이 가시지 않고, 소변량이 늘면서 메스꺼움과 구토, 배가 쿡쿡 쑤시는 듯한 복통이 함께 나타난다면 단순한 소화불량으로 넘기기 어렵다. 특히 숨을 쉴 때 과일이나 아세톤 냄새 비슷한 단내가 느껴진다면 당뇨병성 케톤산증을 의심해볼 수 있다. 당뇨병을 앓고 있는 사람이라면 이러한 증상을 가볍게 넘기지 말고 빠르게 대응하는 것이 중요하다.
당뇨병성 케톤산증은 체내에 인슐린이 충분하지 않아 세포가 포도당을 에너지원으로 쓰지 못하면서 발생한다. 몸은 대신 지방을 분해해 에너지를 얻는데, 이 과정에서 케톤체라는 산성 물질이 과도하게 만들어진다. 케톤체가 혈액에 쌓이면 혈액 자체가 산성으로 기울게 되고, 이는 전신 장기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응급 상태로 이어진다.
가장 흔한 원인으로는 인슐린을 투여해야 하는 당뇨 환자가 주사를 거르거나 용량을 줄이는 경우가 꼽힌다. 감기나 폐렴 같은 감염, 심한 스트레스, 수술 같은 신체적 부담이 있을 때 인슐린 요구량이 늘어나면서 상대적으로 인슐린이 부족해져 발생하기도 한다. 아직 당뇨 진단을 받지 않은 상태에서 1형 당뇨가 처음 발현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경우도 있다.
1형 당뇨 환자에서 주로 보고되지만, 일부 2형 당뇨 환자에서도 나타날 수 있다는 점은 간과하기 쉽다. 특히 혈당을 낮추는 일부 약물을 복용 중인 경우 혈당이 크게 높지 않은 상태에서도 케톤산증이 발생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복용 중인 약제가 있다면 발열이나 탈수, 식사를 제대로 못 하는 상황에서 복용을 어떻게 할지 담당 의료진과 미리 상의해두는 것이 안전하다.

인슐린 투여를 거르면 위험이 커질 수 있어 [그림=메디닉스DB]
초기 증상은 극심한 갈증과 소변량 증가, 전신 피로감으로 시작되는 경우가 많다. 이어 메스꺼움과 반복적인 구토, 명치 아래쪽이나 배 전체에 걸친 통증이 동반될 수 있다. 호흡이 평소보다 빠르고 깊어지면서 숨에서 과일이나 매니큐어 비슷한 냄새가 나는 것도 특징적인 신호로 알려져 있다.
증상이 더 진행되면 머리가 멍해지거나 집중이 잘 안되고, 평소와 다르게 말이나 반응이 느려지는 등 의식 변화가 나타날 수 있다. 방치할 경우 의식을 잃는 혼수 상태까지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위와 같은 증상이 복합적으로 나타난다면 자가 대처보다 가까운 응급실을 찾는 것이 우선이다.
의료기관에서는 혈당 수치와 함께 소변이나 혈액의 케톤 농도를 확인하고, 동맥혈 가스검사로 혈액의 산성도를 측정해 진단을 내린다. 아울러 나트륨과 칼륨 등 전해질 수치, 신장 기능을 함께 확인해 전반적인 상태를 평가한다. 질병관리청은 당뇨병 환자가 평소와 다른 호흡 양상이나 복통을 보일 경우 신속한 의료기관 방문을 권고하고 있다.

혈액 검사로 산성도와 케톤 수치를 확인 [그림=메디닉스DB]
치료는 탈수 교정을 위한 수액 공급과 인슐린 투여를 중심으로 진행된다. 정맥으로 수액을 투여해 체액을 보충하고, 인슐린을 통해 혈당과 케톤 생성을 서서히 조절한다. 이 과정에서 칼륨 수치가 급격히 떨어질 수 있어 전해질을 함께 보충하며 상태를 집중적으로 관찰하는 치료가 이뤄진다.
당뇨병을 앓고 있다면 평소 혈당을 꾸준히 자가 측정하고, 의료진이 처방한 인슐린 용법을 임의로 중단하거나 줄이지 않는 것이 예방의 기본이다. 감기나 발열, 장염 등으로 식사량이 줄더라도 인슐린을 완전히 끊기보다는 상태에 맞게 조절하는 방법을 미리 의료진과 상의해두는 것이 바람직하다.
몸이 아플 때는 평소보다 혈당과 소변 케톤 수치를 더 자주 확인하고, 물을 충분히 섭취해 탈수를 예방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극심한 갈증과 구토, 복통이 함께 나타나거나 숨에서 단내가 느껴지고 의식이 흐려지는 느낌이 든다면 지체하지 말고 응급실을 방문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