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온 뒤 반려견과 산책하다 보면 물웅덩이나 젖은 흙길을 지나치는 일이 많다. 반려견은 냄새를 맡고, 발을 담그고, 때로는 고인 물을 핥기도 한다. 보호자에게는 평범한 산책 장면처럼 보이지만, 오염된 물과 진흙은 일부 감염병의 노출 경로가 될 수 있다. 그중 렙토스피라증은 반려견의 급성 신장 손상과 간 손상으로 이어질 수 있고, 사람에게도 옮을 수 있는 인수공통감염병이라는 점에서 주의가 필요하다.

최근 미국에서는 반려견 렙토스피라증 집단발생이 보고되며 백신 공백과 설치류 노출 문제가 다시 주목받았다. CIDRAP 보도에 따르면 로스앤젤레스 지역 개 집단발생 조사에서 백신 접종 이력이 확인된 47마리 중 완전 접종을 마친 개는 없었고, 분리된 균은 모두 렙토스피라 인터로간스 혈청형 카니콜라로 확인됐다. 연구진은 시설 내 설치류 문제, 과밀 환경, 여러 개가 밀접 접촉하는 조건이 위험을 키웠을 가능성을 언급했다.

렙토스피라증은 렙토스피라균에 의해 발생한다. 감염된 동물의 소변으로 오염된 물, 흙, 진흙에 접촉하거나 이를 핥고 마시는 과정에서 개가 감염될 수 있다. 쥐와 같은 설치류가 주요 오염원으로 작용할 수 있고, 야생동물이나 가축도 관련될 수 있다. CDC는 동물이 렙토스피라증에 걸린 뒤 완전히 치료되지 않으면 최대 3개월까지 소변으로 균을 배출해 다른 동물이나 사람에게 전파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반려견에서 증상은 다양하게 나타난다. 갑작스러운 무기력, 식욕 저하, 구토, 설사, 발열, 근육통, 물을 많이 마시거나 소변량이 달라지는 변화가 보일 수 있다. 심하면 급성 신장 손상, 간 손상, 호흡기 문제, 출혈 경향으로 이어질 수 있다. MSD 수의학 매뉴얼도 개 렙토스피라증은 가벼운 감염부터 급성 신장 손상, 호흡기 질환, 사망까지 폭넓은 임상 양상을 보일 수 있다고 설명한다.

보호자가 특히 주의해야 할 상황은 물웅덩이나 고인 물을 마신 뒤 며칠 안에 컨디션이 급격히 떨어지는 경우다. 비 온 뒤 공원, 하천변, 산책로, 캠핑장, 농장 주변, 설치류가 많은 지역은 오염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커질 수 있다. 반려견이 고인 물을 마시거나 진흙에서 구르고 난 뒤 구토와 무기력, 식욕 저하가 나타난다면 단순 장염이나 피로로만 넘기지 않는 것이 좋다. 진료 시에는 최근 산책 장소, 물웅덩이 접촉 여부, 설치류 노출 가능성을 함께 알려야 한다.

렙토스피라증이 중요한 이유는 사람에게도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감염된 반려견의 소변이나 오염된 물건, 바닥, 침구를 만진 뒤 손 위생을 지키지 않으면 보호자도 노출될 수 있다. CDC는 렙토스피라증 의심 동물을 돌볼 때 손을 자주 씻고, 장갑과 보호 장비를 사용하며, 표면과 장비를 청소·소독하고, 아픈 동물을 격리하며, 설치류를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안내한다.

예방에서 가장 현실적인 방법은 산책 중 고인 물을 마시지 못하게 하는 것이다. 비가 온 뒤에는 물웅덩이와 하천변, 배수로 주변을 피하고, 산책 중에는 깨끗한 물을 따로 챙기는 것이 좋다. 마당이 있는 집이라면 설치류가 모이지 않도록 사료와 음식물 쓰레기를 방치하지 않고, 장작더미와 잡동사니, 잡초를 정리해야 한다. 반려견이 야외에서 물을 마시는 습관이 있다면 보호자가 더 적극적으로 차단해야 한다.

백신도 중요한 예방 수단이다. 미국에서는 반려견 렙토스피라증 예방 백신이 사용되고 있으며, CDC는 지역과 반려견의 생활환경, 위험 요인에 따라 수의사가 접종을 권고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다만 백신이 모든 혈청형을 완벽하게 막는 것은 아니므로 접종을 했더라도 고인 물과 설치류 노출을 줄이는 생활관리는 계속 필요하다.

치료는 빠른 진단과 항생제, 수액치료 등 지지요법이 핵심이다. MSD 수의학 매뉴얼은 개 렙토스피라증 치료에서 독시사이클린이 주요 약물로 사용되며, 적절한 지지치료가 필요하다고 설명한다. 신장이나 간 기능이 손상된 경우 입원 치료와 정밀 모니터링이 필요할 수 있어, 보호자가 집에서 지켜보다가 늦어지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반려견이 렙토스피라증으로 진단됐거나 의심된다면 가정 내 위생 관리도 필요하다. 소변이 묻은 바닥이나 침구는 장갑을 끼고 청소하고, 오염된 물건은 세척·소독해야 한다. 어린아이, 임신부, 고령자, 면역저하자가 있는 가정에서는 반려견의 배뇨 공간을 더 신중하게 관리해야 한다. 보호자에게 발열, 두통, 근육통, 오한, 구토 같은 증상이 나타나고 반려견 노출 이력이 있다면 의료진에게 알려야 한다.

반려견 산책은 줄일 필요가 있는 활동이 아니라 안전하게 관리해야 할 생활습관이다. 문제는 비 온 뒤 고인 물, 설치류가 많은 환경, 백신 공백, 이상 증상 방치가 겹칠 때 커진다. 렙토스피라증은 흔한 산책 후 피로처럼 시작될 수 있지만, 급성 신장 손상과 간 손상으로 이어질 수 있는 감염병이다. 보호자가 물웅덩이를 피하고, 깨끗한 물을 챙기고, 백신 상담과 이상 증상 확인을 실천하는 것이 반려견과 가족의 건강을 함께 지키는 현실적인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