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R 하다 보면 제품 설명보다 사람 마음 읽는 게 더 어렵지 않나 싶을 때가 있더라고요. 얼마 전에 딱 그런 날이 있었어요. 오전부터 일정이 좀 빡빡했는데, 첫 병원에서 분위기가 심상치 않더라고요. 원장님은 바쁘시고, 실장님은 이미 다른 회사 사람들 응대하느라 예민해져 계시고요. 저는 나름 타이밍 봐서 들어갔는데 첫마디가 “오늘은 짧게 하시죠” 이러시는데, 그 말투가 짧게가 아니라 그냥 빨리 끝내라는 느낌 있잖아요. 아, 오늘 쉽지 않겠구나 싶었죠.

그래도 또 여기서 표정 구기면 바로 티 나니까, 네네 원장님 바쁘신데 시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하고 최대한 필요한 얘기만 추려서 말씀드렸어요. 근데 설명하는 중간에 경쟁사 얘기가 툭 나오더라고요. “거긴 자료를 더 잘 주던데요?” 이 한마디 듣는데, 속으로는 아 예예 결국 비교전 들어가시는군요 싶었는데, 겉으로는 그 부분은 저희도 더 보완드릴 수 있어요 하고 웃었습니다. 진짜 영업은 멘탈 직업이 맞는 게, 기분 상해도 티 안 내는 게 반은 먹고 들어가잖아요.

더 웃긴 건 그다음이었어요. 그렇게 분위기 별로였는데 나오려는 순간 실장님이 따로 부르시더니, 아까는 죄송했다고 하시더라고요. 아침부터 환자 몰려서 정신이 없었다고요. 그러면서 지난번에 드린 자료는 실제 상담할 때 꽤 도움이 될 수 있었다고 한마디 해주시는데, 그 말 들으니까 차에서 쉬면서 했던 혼자만의 궁시렁이 싹 사라지더라고요. 결국 이 일은 한 번 반응 안 좋았다고 바로 결론 내리면 안 되는 것 같아요. 겉으로 차가워 보여도 나중에 다시 열리는 거래처도 꽤 있더라고요.

근데 이런 날 겪고 나면 좀 헷갈리긴 합니다. 어디까지는 버텨야 하는 건지, 어디서부터는 그냥 미련 없이 발 빼야 하는 건지요. 저는 요즘 예전보다 덜 들이받고 한 템포 물러나는 쪽으로 가고 있는데, 오히려 그게 관계 유지엔 더 낫더라고요. 다들 일하면서 제일 멘탈 흔들렸던 거래처 있었나요? 그런 곳은 계속 가시는 편인지, 아니면 선 딱 긋고 정리하시는 편인지 좀 궁금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