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은 했는데요, 이상하게 오늘은 차에서 내리고 집 들어와서도 일이 안 끝난 느낌이더라고요. 낮에 원장님 한 분 만났을 때 분위기가 나쁘진 않았거든요? 웃으면서 말씀도 주고받았고 자료도 끝까지 보셨는데, 마지막에 툭 던진 한마디가 계속 생각나요. “설명은 알겠는데, 결국 현장에선 다르게 보죠.” 그 말이 뭐랄까, 아주 세게 꽂히더라고요. 아, 제가 또 겉으론 네 맞습니다 하고 웃었는데 속으론 혼자 연장전 들어간 거죠.

MR 하시는 분들은 아시잖아요. 하루 일정 다 끝내고 나면 몸은 분명 집에 와 있는데, 머리는 아직도 오전 첫 방문 병원 주차장에 가 있는 날이 있어요. 오늘 내가 너무 제품 얘기만 했나, 타이밍이 별로였나, 아니면 그냥 상대가 바빴던 걸 괜히 제 탓으로 돌리나 싶고요. 특히 반응이 애매하게 좋았던 날이 더 그런 것 같아요. 대놓고 차갑게 끊기면 오히려 정리가 되는데, 애매하게 여지 남는 날은 혼자 의미부여를 한 바가지 하게 되네요. 참 사람 피곤하게 잘 굴러가는 직업이에요, 그쵸.

저는 이럴 때 괜히 통화 기록 다시 보고, 메모장 열어서 오늘 대화 복기해보고, 심하면 샤워하다가도 “아 그때 저렇게 말할걸” 하고 혼잣말합니다. 능률로 따지면 하나도 도움 안 되는데, 또 완전히 안 하면 내일 똑같이 반복할 것 같아서요. 적당히 복기하는 건 도움이 될 수 있어요. 근데 그 적당히가 참 어렵네요. 선 넘으면 그냥 퇴근 후 자아반성 타임이 돼버리니까요.

다른 분들은 퇴근 후에 이런 생각 정리 어떻게 하세요? 그냥 운동으로 끊으세요, 아니면 일부러 메모 딱 5분만 하고 접으세요? 저는 아직도 “오늘 영업은 끝났고, 생각도 여기까지만” 이게 잘 안 됩니다. 다들 겉으론 담백한 척하는데, 사실 머릿속 야근 좀 하시죠? 저만 이런 거면 좀 민망하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