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퇴근은 했는데요, 몸만 집에 온 느낌 아시죠. 가방 내려놓고 씻고 앉았는데도 낮에 만났던 원장님 표정, 약국장님 한마디, CSO 팀장님이 툭 던진 말 이런 게 하나씩 다시 떠오르더라고요. 낮에는 “네네, 알겠습니다” 하고 능숙한 척 넘기는데, 이상하게 저녁만 되면 그때 내가 말을 좀 다르게 했어야 했나 싶어요. 참 웃기죠. 회사 밖으로 나왔는데도 머릿속 영업은 연장근무를 하네요.

특히 별말 아닌 반응이 더 오래 남는 것 같아요. 대놓고 싫다고 하시면 오히려 정리가 되는데, 애매하게 웃으시거나 “다음에 보시죠” 하고 끝나면 그 한마디를 혼자 몇 번씩 돌려보게 되거든요. 오늘 방문 타이밍이 별로였나, 내가 제품 얘기를 너무 길게 했나, 아니면 그냥 상대방 컨디션 문제였나 싶어서요. 저만 그런 줄 알았는데 주변 MR들 얘기 들어보면 다들 비슷하시더라고요. 겉으론 다들 태연한 척 잘하시는데, 속으로는 복기 엄청 하십니다.

저는 예전엔 그 생각을 끝까지 붙잡고 있었어요. 그러면 쉬는 시간도 쉬는 게 아니더라고요. 그래서 요즘은 퇴근 후에 머릿속 정리를 좀 일부러 합니다. 오늘 만남 중에 아쉬웠던 거 하나, 괜찮았던 거 하나만 적고 끝내요. “다음엔 질문 먼저 던지기”, “설명 짧게 하고 반응 보기” 이런 식으로요. 그렇게 적어두면 쓸데없이 자책만 오래 하는 건 조금 줄어드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어요. 물론 적어놓고도 누워서 또 생각나는 날은 있습니다. 그건 뭐, 직업병 비슷한 거라고 좋게 포장해봅니다.

다들 퇴근 후에도 이런 생각 계속 남으시나요? 아니면 선배님들은 어느 순간 딱 분리가 되던가요. 저는 아직 그 경지가 안 와서요. 일 열심히 한 날보다 애매하게 끝난 날이 더 피곤하네요. 다들 비슷하신지 궁금해서 적어봤습니다. 괜히 저만 유난 떠는 거면 좀 민망하고요, 아니면 다들 각자 푸는 방법 하나씩 있으실 것 같아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