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SO 영업 처음 할 때는 솔직히 말 잘하면 되는 줄 알았어요. 제품 공부 좀 하고, 원장님 성향 빨리 파악해서 타이밍 좋게 들어가면 매출 나오는 줄 알았죠. 근데 막상 해보니까 제일 먼저 부딪히는 건 사람보다도 일정이더라고요. 아침부터 병원 몇 군데 돌고, 중간에 연락 안 받는 거래처 계속 체크하고, 월말 되면 실적 압박 들어오고. 겉으로는 다들 웃으면서 일하는 것 같아도 속으로는 숫자 때문에 예민해지는 날 많았어요.
특히 힘들었던 건 잘될 때보다 안 될 때 멘탈 관리였어요. 어떤 원은 몇 달 공들여도 반응 없고, 어제까지 분위기 좋던 데가 갑자기 다른 쪽으로 틀기도 하잖아요. 그때 괜히 자존심 세우거나 감정 상하면 더 손해였어요. 결국 이 일은 내가 맞다고 우긴다고 되는 게 아니라, 상대 입장에서 지금 굳이 바꿀 이유가 있냐 없냐 그 싸움이더라고요. 그래서 나중에는 말 많이 하는 것보다 한 번 들렀을 때 불편하지 않은 사람으로 남는 쪽이 더 도움될 수 있어요.
그리고 초반엔 다들 "관계가 중요하다"는 말 많이 하는데, 그 말만 믿고 너무 사람 좋게만 굴면 오히려 만만하게 보일 수 있어요. 관계도 중요하지만 선은 있어야 해요. 불가능한 일정, 무리한 요청, 계속 간만 보는 거래처에 시간 다 쓰면 결국 내 체력만 빠져요. 직설적으로 말하면, 이 일은 부지런한 사람보다도 자기 에너지 배분 잘하는 사람이 오래 가더라고요. 잘 나오는 곳 챙기고, 가능성 낮은 곳은 냉정하게 템포 조절하는 게 현실적으로 더 맞았어요.
요즘 들어서는 후배들이 "형, 이 일 계속 해도 되냐" 이런 얘기 종종 하는데, 저는 무조건 좋다 나쁘다 말은 못 하겠어요. 다만 사람 만나는 거 좋아한다고 다 맞는 일도 아니고, 반대로 말주변 좀 부족해도 꾸준함이 있으면 자리 잡는 데 도움될 수 있어요. 결국 멘탈, 체력, 숫자 압박 이 세 개를 버틸 수 있냐가 제일 중요했어요. 여기 계신 분들은 일하면서 제일 현타 왔던 순간이 언제였나요? 저는 월초 계획 세울 때보다 월말 실적표 열어볼 때가 아직도 제일 숨 막힙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