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부과 조무사로 일하면 다들 깨끗하고 차분한 분위기만 떠올리시더라고요. 저도 처음엔 그럴 줄 알았어요. 그런데 막상 들어와 보니까 손이 진짜 쉴 틈이 없었어요. 접수만 바쁜 게 아니라 시술방 정리, 소독 챙기기, 다음 환자 안내, 원장님 호출 맞추기, 보호자 응대까지 한 번에 몰릴 때가 많거든요. 겉으로 보기엔 조용한데 안에서는 계속 뛰어다니는 느낌이에요. 특히 예약이 촘촘한 날은 물 한 모금도 제때 못 마시는 경우가 꽤 있었어요.
제가 현장에서 제일 크게 느낀 고충은 감정노동이 생각보다 세다는 점이었어요. 피부는 눈에 바로 보이니까 환자분들도 예민하신 경우가 많으세요. 기다림이 조금만 길어져도 불안해하시고, 시술 후 바로 드라마틱한 변화를 기대하시는 분들도 계시고요. 저희도 최대한 설명드리고 달래드리는데, 사실 조무사 입장에서는 결정할 수 있는 게 많지 않잖아요. 그런데 불만은 제일 먼저 앞에 있는 직원이 듣게 되니까요. 그럴 때는 저도 사람인지라 퇴근하고 나면 말 한마디도 하기 싫을 정도로 지칠 때가 있었어요.
또 하나는 일이 단순 반복 같아 보여도 긴장을 계속 해야 한다는 거예요. 피부과는 소모품 하나, 순서 하나도 꼬이면 뒤가 다 밀려버리거든요. 강남 ○○피부과에서 잠깐 일 배울 때도 느꼈는데, 작은 실수 하나가 대기시간이나 분위기에 바로 영향을 줄 수 있었어요. 그래서 계속 눈치 보고, 미리 준비하고, 혹시 빠진 거 없나 확인하게 돼요. 몸도 힘든데 머리까지 계속 돌려야 하니까 초반엔 퇴근하면 멍했어요. 주변에서는 “앉아서 일하는 시간도 있지 않냐”고 하시는데, 앉아 있어도 편하게 앉아 있는 게 아니더라고요.
그래도 배우는 건 분명 있었어요. 사람 응대하는 법, 진료실 흐름 읽는 법, 팀워크 맞추는 법은 정말 현장에서만 익혀지더라고요. 다만 오래 하려면 체력도 필요하고 멘탈 관리도 진짜 중요할 것 같아요. 혹시 취업 고민 중이신 분들 계시면 피부과가 무조건 편할 거라고 생각하고 들어오시는 건 조금 조심하셔도 도움이 될 수 있어요. 혹시 저처럼 피부과 조무사 쪽 일하시는 분들 계시면, 제일 힘들었던 순간이 뭐였는지 궁금하네요. 저만 유독 감정소모가 컸던 건지 가끔 그런 생각이 들어서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