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의학과에서 일하다 보면 몸보다 머리가 더 늦게 퇴근하는 날이 있는 것 같아요. 근무 끝나고 옷 갈아입고 나오면 분명 오늘 일은 끝난 건데, 집에 가는 길에 아까 했던 검사나 환자분 표정이 갑자기 생각날 때가 있더라고요. 제가 설명을 조금 더 차분하게 했으면 덜 불안하셨을까 싶기도 하고, 바쁜 시간에 놓친 건 없었는지 혼자 다시 떠올리게 됩니다. 일할 때는 정신없이 지나가는데, 오히려 조용해지면 그런 생각이 더 선명해지는 느낌이 있어요.

특히 영상의학과는 순간 판단도 많고, 환자분 컨디션이나 검사 흐름까지 계속 신경 써야 하니까 퇴근 후에도 머리가 쉽게 안 꺼지는 것 같습니다. CT나 MRI처럼 대기 길어질 때 분위기까지 같이 받아내는 날은 집에 와서도 좀 멍하더라고요. 별일 아니었던 일도 “내가 그때 저렇게 말한 게 맞았나” 하고 다시 생각하게 되고요. 남들은 그냥 하루 끝났다고 생각할 수 있는데, 현장에서 일하는 사람은 그게 그렇게 딱 끊기지가 않네요.

그래서 요즘은 퇴근하고 바로 누워 있지 않고 일부러 동네를 조금 걷습니다. 닉네임도 그래서 산책가는길로 했어요. 음악 없이 걷는 날도 있고, 편의점 들러서 물만 하나 사 오는 날도 있는데 그런 시간이 생각 정리에는 조금 도움이 될 수 있어요. 그래도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네요. 결국 책임감 때문인지, 아니면 제가 일을 집까지 들고 오는 성격인지 아직은 잘 모르겠습니다.

혹시 취업 준비하시는 분들이나 병원에서 일하시는 분들도 비슷하신가요? 일은 끝났는데 머릿속은 계속 근무 중인 느낌이요. 저는 이게 적응 과정인지, 원래 다들 어느 정도 안고 가는 건지 궁금합니다. 너무 예민하게 받아들이는 건가 싶다가도, 또 그만큼 신경 쓰니까 버티는 거겠지 싶기도 하고요. 다들 퇴근 후 생각 정리는 어떻게 하시는지 한번 듣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