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제일 버거운 건, 사람이 아니라 장비 옆 부속처럼 느껴질 때입니다. 응급 CT 몰리는 시간대 있잖아요. 환자 한 분 끝나면 바로 다음 분 들어오고, 설명하고, 자세 잡고, 조영제 체크하고, 호출 오면 또 뛰어가고요. 정신없이 몇 시간 지나고 나면 제가 뭘 했는지도 잘 기억이 안 납니다. 일은 분명 내가 했는데 몸만 남고 머리는 비어 있는 느낌이 좀 심해요.
특히 보호자분들 표정이 아직도 남습니다. 빨리 해달라고 재촉하는 게 미운 건 아닌데, 그 순간엔 제 호흡 하나 챙길 틈도 없어서 말이 잘 안 나오더라고요. 저도 최대한 차분하게 설명하려고 하는데, 이미 뒤에서는 다음 검사 잡혀 있고 전화는 울리고 있고... 그러다 한 번은 안내 멘트하다가 제가 무슨 말을 했는지 순간 꼬여서, 아 진짜 나 지금 한계구나 싶었습니다. 별일 아닌데도 그날은 좀 멍했어요 ㅠㅠ
더 지치는 건 실수하면 안 된다는 긴장감이 계속 붙어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환자 상태 안 좋을수록 더 그렇고요. 한 건 한 건은 당연히 집중해서 하는데, 그 집중을 하루 종일 끌고 가는 게 생각보다 너무 닳아요. 밖에서 보면 그냥 검사 버튼 누르는 일처럼 보일 때도 있겠지만, 실제 현장은 사람 상태 읽고, 분위기 읽고, 순서 맞추고, 변수 막는 일이 계속 겹치잖아요. 그게 쌓이면 말수가 줄게 되네요.
퇴근하고 집 가면 제일 먼저 드는 생각도 이상합니다. 오늘 무사히 끝났다보다 내가 왜 이렇게까지 지치지 이게 먼저 와요. 쉬는 날에도 병원 호출음 비슷한 소리만 나면 괜히 심장이 먼저 반응하고요 ㅋㅋ 웃긴데 안 웃깁니다. 예전엔 바쁘면 바쁜 대로 버텼는데, 요즘은 바쁨 자체보다 끝이 안 보이는 반복이 더 사람을 말리네요.
그래도 어디 가서 크게 티는 못 냈습니다. 다들 힘든 거 아니까 괜히 엄살처럼 들릴까 싶어서요. 근데 속으로는 자꾸 무뎌지는 게 제일 무섭습니다. 환자분 앞에서는 당연히 안 그러려고 하는데, 어느 날부터 감정이 먼저 닫히는 느낌이 들어서요. 일 못 버티겠다는 말은 아닌데, 그냥 가끔은 진짜 숨 돌릴 틈이 있었으면 좋겠네요. 오늘도 별말 없이 끝내고 왔는데, 이상하게 집 와서 더 조용해집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