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에서 약국 열고 오래 버텼습니다. 처음엔 조용한 게 좋았어요. 북적거리는 데서 일하는 성격도 아니고, 아는 얼굴들 오가면서 안부 묻는 분위기가 저한텐 맞았거든요. 근데 시간이 갈수록 느낀 게, 손님 많은 날보다 없는 날이 사람 더 말리더라고요. 바쁜 날은 정신없이 지나가는데, 한산한 날은 시계만 보게 됩니다. 오늘은 왜 이렇게 없지, 이번 달은 또 어떻게 메우지, 그런 생각이 가만히 앉아 있으면 계속 들어와요.

겉에서 보면 약국은 그냥 자리 지키면 되는 일처럼 보이는데, 실제론 그 기다리는 시간이 제일 피곤했습니다. 처방 한 장 들어오면 반갑다가도, 그 뒤로 뚝 끊기면 마음이 쑥 내려앉아요. 동네 어르신들 오시면 말동무도 해드리고 웃으면서 보내드리는데, 문 닫고 나면 이상하게 기운이 더 빠져 있습니다. 몸이 힘든 거랑 좀 다르게, 속이 닳는 느낌이랄까요.

한 번은 비 오는 날 하루 매상이 너무 안 나와서, 전기 몇 개 끄고 가만히 앉아 있었던 적이 있어요. 약사까지 돼서 내가 지금 뭐 하고 있나 싶더군요. 누가 뭐라고 한 것도 아닌데 괜히 초라해지고요. 그날 저녁에 집에 가는데 아내가 얼굴 보더니 오늘 별로였냐고 바로 알아채더라고요 ㅠㅠ 말을 안 했는데도 티가 났나 봅니다. 그때 좀 서럽더군요. 큰일 있는 것도 아닌데 사람을 이렇게 축내나 싶어서요.

제일 묘한 건, 남들은 개국하면 사장님이라고 보는데 정작 본인은 점점 작아질 때가 있다는 겁니다. 쉬지도 못하고, 그렇다고 엄청 바쁜 것도 아니고, 계속 버티는 쪽에 가까운 날들. 이게 길어지면 내가 일을 하는 건지, 일이 나를 가만히 눌러놓는 건지 헷갈립니다. 환자 앞에서는 멀쩡한데 혼자 있으면 한숨만 나와요 ㅋㅋ 웃긴 얘기처럼 들릴까 봐 어디 말도 잘 못 했습니다.

그래도 이상하게 다음 날 되면 또 문 엽니다. 별생각 없이 셔터 올리고, 청소하고, 약 정리하고요. 대단해서가 아니라 그냥 그렇게 사는 거더라고요. 이 바닥 현실이 거창한 데 있는 게 아니고, 이런 조용한 압박 속에서 하루하루 얼굴 안 무너지게 서 있는 데 있는 것 같습니다. 요즘 좀 그렇네요, 진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