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고양이 병원 다녀오고 나서 진짜 진 빠졌어요. 진료 볼 때보다 집 와서가 더 빡세더라고요. 우리 애가 원래도 예민한 편인데 이동장 냄새 묻고 병원 냄새까지 섞여서 그런지 집 들어오자마자 소파 밑으로 직행했어요. 밥도 안 먹고 물도 안 마시고, 부르면 귀만 까딱하고... 아 이거 괜히 데리고 갔나 싶을 정도로요 ㅠㅠ

예전엔 병원만 다녀오면 바로 안아서 달래고 간식도 이것저것 꺼냈거든요. 근데 그게 더 싫었던 건지 더 도망가더라고요. 그래서 이번엔 집 오자마자 그냥 조용히 뒀어요. 이동장 문 열어두고, 숨을 자리 있는 방 불만 살짝 켜놓고 사람도 왔다갔다 안 하고요. 괜히 상태 체크한다고 들춰보는 것도 참았어요. 저도 궁금해서 미치겠는데 그걸 참는 게 제일 힘들었네요ㅋㅋ

한두 시간 지나니까 슬금슬금 나와서 물부터 마시더라고요. 그때도 반가워서 말 걸고 싶었는데 또 참음... 진짜 병원 후에는 챙기는 티를 덜 내는 게 낫구나 싶었어요. 대신 화장실은 바로 확인했어요. 쉬했는지, 변 상태 괜찮은지 이건 봐야 마음이 좀 놓이니까. 밥은 평소 먹던 거 그대로 줬고 새로운 거 안 꺼냈어요. 괜히 입맛 없을 때 낯선 냄새 나면 더 안 먹더라고요.

그리고 제일 별로였던 게 다른 냥이가 냄새 맡고 하악질한 거예요. 병원 다녀온 애는 기분도 안 좋은데 집에서까지 경계당하니까 더 예민해졌어요. 그 뒤로는 병원 다녀온 날엔 바로 합사처럼 안 두고 잠깐 거리 두게 해요. 담요 깔아주고 혼자 있게 두는 쪽이 훨씬 덜 시끄러웠어요. 그날 괜히 분위기 풀겠다고 다 같이 간식 타임 했다가 더 난리난 적 있었거든요 ㅠㅠ

아무튼 전 병원 갔다 오면 집에서 유난 안 떠는 쪽으로 바뀌었어요. 빨리 괜찮아졌으면 해서 이것저것 해주고 싶은데, 우리 집 고양이는 그게 제일 스트레스였던 듯... 어제도 밤 되니까 그제야 제자리 돌아와서 자더라고요. 그거 보고 저도 그때 좀 살았네요. 진짜 병원 한 번 다녀오면 애도 지치고 사람도 지쳐요.